푸틴 5기, 브릭스와 연대 강화…K-무역은 악재·방산은 낙수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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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아 기자
입력 2024-03-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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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글로벌 사우스와도 협력 늘릴듯

  • 대러 수출액 99억달러→61억달러

  • 종전 땐 우크라 건설 수주 기대할만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현대판 '차르(황제)'로 불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재집권함에 따라 우리나라 통상 전략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방 진영과 중국·러시아 간 충돌 격화,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협의체) 연대 강화 등 글로벌 경제 블록화 현상이 강해지면 수출 주도형인 한국 경제는 직간접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결과와 각국 간 군비 확충 경쟁 추이에 따라 방위산업과 건설 분야는 일부 수혜를 누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19일 외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대선에서 87.28%라는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되며 다섯 번째 임기를 맞게 됐다. 이번 임기는 2030년까지 이어진다. 일각에서는 6선 도전에 나서 2036년까지 정권을 연장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내놓고 있다.

러시아 최장수 지도자의 길을 걷는 푸틴 대통령을 바라보는 국내 시각은 불안하다. 가뜩이나 저성장 늪에 빠진 우리나라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더 크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대러 무역이 추가로 위축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 통계를 보면 러시아는 우리나라의 20위 교역국이다. 다만 러·우 전쟁 발발 이후 양국 관계가 급랭하면서 통상 규모가 축소되는 추세다. 2021년 99억 달러였던 대러 수출액은 2022년 63억 달러, 2023년 61억 달러 등으로 쪼그라들었다. 올 들어 2월까지는 11억 달러에 그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전쟁 수행 의지를 꺾지 않고 있어 통상 환경이 개선될 여지는 작다. 

더 큰 문제는 중장기적 리스크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연설(연두교서)을 통해 향후 주요 과제로 우호국과 전략적 연대 강화, 기술 주권 확보·경제 안보 강화 등을 제시했다. 미국 등 서방과 대립 구도가 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브릭스 플랫폼을 활용해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남반구 신흥국·개발도상국)와 협력 확대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러시아는 오는 10월 열리는 브릭스 회의 의장국이다. 브릭스는 지난 1월 사우디아라비아·UAE·이집트·이란·에티오피아 등을 회원국으로 추가하며 규모를 키웠다. 세계 인구 중 브릭스 10개국이 차지하는 비중만 2022년 기준 45.5%에 달한다. 국내총생산(GDP·구매력평가 기준)과 교역 규모 비중은 각각 35.6%와 21.9% 수준이다. 주요 7개국(G7) 평균 경제성장률이 1.8%인 데 반해 브릭스는 4.7%로 2배 이상 높다. 

글로벌 경제 블록화가 심화할수록 한국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무역협회가 내놓은 경제권별 수출입 동향을 살펴보면 지난해 기준 한국과 브릭스 간 교역액은 1799억 달러로 한·G7 간 교역(2018억 달러) 규모를 턱밑까지 따라왔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와 개발도상국 간 교역액은 3313억 달러로 전년 대비 11.3% 감소했다. 글로벌 신흥시장 내 한국 입지가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필두로 한 브릭스 진영의 거센 도전은 우리 수출 여건을 추가로 악화시킬 수 있다. 

아울러 에너지 등 글로벌 공급망 위기 심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러시아가 가스·원유 수출을 봉쇄하면서 글로벌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데 그게 브릭스로 확대되면 교란 효과가 더 커질 것"이라며 "다만 브릭스 내 응집이 한국 수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원료를 들여와 가공한 뒤 수출하는 구조인데 원자재 가격이 올라가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에너지 등 원자재 수입처를 다각화하거나 국내에서 생산 가능한 건 자급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방산과 건설 등 일부 분야는 낙수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방산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은 아니어도 북한보다는 낫다"며 "글로벌 군비 확충 수요가 늘면서 장기적으로 인도·인도네시아 등에 대한 방산 수출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러·우 전쟁에서 러시아가 승리하면 수출할 게 많지 않겠지만 우크라이나에 유리하게 종식된다면 재건 사업 등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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