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추락으로 고심 중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직접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탈출 선언’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20일 전했다. 일본 집권 자민당의 ‘비자금 스캔들’로 내각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는 가운데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염두에 두고 경제 재생을 어필하려는 목적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앞서 19일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매우 낮은 수준으로 억제하는 '대규모 금융완화'의 핵심인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2016년 2월 이후 8년 만에 종료했다.
19일 교도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저녁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본 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한 이후, “디플레이션 탈피를 선언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물가 기조나 배경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디플레이션 탈피에 이르지 못했다”는 정부의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일본 정부는 2001년 3월 월례 경제보고에서 “완만한 디플레이션 상태에 있다”고 공식 인정한 뒤, 이후 2022년에 이르러 물가는 상승했으나 디플레이션 탈피라고 규정하지는 못했다. 2006년 3월 일본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디플레이션 탈피를 위해서는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을 벗어나고 다시 그런 상황으로 돌아갈 전망이 없어야 한다”고 명기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편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19일 일본은행 우에다 가즈오 총재와 관저에서 회담 후, 기자들에게 “총리 취임 이래 중점적으로 대처해 온 임금인상, 투자, 기업의 버는 힘에 긍정적인 움직임이 보인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기시다 총리는 올 한 해를 “지금까지 축적해 온 것을 형태로 만들어 국민들께 성과를 실감하도록 하는 해”가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해왔다.
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2024년도 예산 성립 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까지 기간 동안 중의원(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단행해 승리 한 후, 기세를 몰아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는 전략을 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는 예산 성립 후 자민당 파벌 비자금 스캔들 연루 의원 처분을 끝낸 4월 혹은 소득세 등의 감세가 시작되는 6월에 중의원 해산 및 총선거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다.
또한 총리 관저 간부의 말을 인용해 디플레 탈피 선언을 내각부가 공표하는 월례 경제 보고와는 별도로, 기시다 총리가 국회 답변 등을 통해 직접 선언하는 형태를 상정하고 있음을 시사했다고도 보도했다.
또 다른 자민당의 각료 경험자는 기시다 총리의 디플레 탈피 선언에 대해 “큰 카드다. (중의원) 해산 전략과 관련이 있다”면서 만일 선언을 한다면 “해산 1개월 전이다. 시간을 지체해 경제 상황이 바뀐다면 의미가 없다”고도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기시다 내각은 현재 자민당의 '비자금 스캔들'로 자민당이 정권을 탈환한 2012년 이래 가장 낮은 내각 지지율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8일 아사히신문이 16∼17일 1065명(유효응답 기준)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기시다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률은 67%로 전월 조사보다 2% 포인트 올라갔다. 기시다 내각을 '지지한다'는 응답률은 22%로 내각 출범 후 최저를 기록한 지난 달(21%)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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