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무 엔씨소프트 대표 내정자가 20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함께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시행되는 공동대표 체제 전반을 설명하기 위한 목적이다. 박 내정자는 조직 내부 곳곳에 어긋나거나 무너진 부분을 살피고 재정비하는 집안 살림을 맡아, 김 대표가 온전히 게임 경쟁력 강화 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박 대표 내정자는 이날 온라인에서 진행된 공동대표 체제 출범 관련 간담회에 김 대표와 함께 참석했다. 엔씨의 공동대표 체제 도입은 창사 이후 27년 만에 처음이다.
사법연수원을 15기로 수료한 박 내정자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출신이자 VIG 파트너스 대표를 역임한 인물이다. 업계에서는 경영·투자 능력이 특히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대표의 고교(대일고)·대학(서울대) 선배인 그는 엔씨가 핵심 지식재산(IP)이자 수익원이던 '리니지 시리즈'의 매출 부진으로 위기를 맞자 구원 투수로 긴급 등판했다.
박 내정자는 엔씨 대표직을 맡은 뒤 가진 역량을 온전히 펼칠 수 있는 역할을 담당한다. 주요 임무는 '조직 효율화'와 '실익 중심의 투자'로 압축된다. 이를 위한 세부 전략으로 △경영 효율화 △데이터 기반 시스템 구축 △글로벌화 기반 구축 △IP 확보와 신성장동력 확보 등 네 가지를 제시했다.
경영 효율화 과정에선 내부 절차와 시스템 개선에 가장 중점을 둔다. 단순 숫자에만 치중한 효율화는 최대한 지양하겠다는 뜻도 명확히 했다. 그는 "경영 효율성을 끌어올릴 때 재무 수치만큼이나 중요한 게 바로 흩어져있는 조직과 기능들을 합치는 것"이라며 "여러 역량을 하나로 결집할 수 있도록 데이터 기반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각 프로젝트와 투자 대비 수익률(ROI) 평가에도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전 구성원을 원팀으로 만들고, 공동 목표를 위해 개개인이 가진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를 정착시키겠다는 목표다.
투자와 인수·합병(M&A) 과정도 총괄한다. 일단 엔씨의 전체 게임 포트폴리오 중 부족한 장르의 IP를 확충하기 위해 국내 게임사에 대한 소수 지분투자와 게임 퍼블리싱(유통·운영) 권한 확보 작업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M&A에는 큰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개발 역량 외에 재무적 실적, 안정성 등의 요인을 다각적으로 검토한다. 박 내정자는 "M&A 과정에서 가장 집중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안 중 하나는 주주들에게 이득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한 밑 작업은 이미 시작됐다. 현재 엔씨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담조직(TF)을 구성해 잠재적 M&A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다만 결과물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 내정자는 "경험상 100개 회사를 검토하면 3~4개 정도의 성공적인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현재 엔씨의 주가에 대해선 저평가돼 있다고 봤다. 박 내정자는 "엔씨의 시가총액이 4조1000억원인데 이 중 작년 말 기준 순자산 3조3000억원이고, 부동산 시가 등을 환산하면 보수적으로 잡아도 4조원 수준"이라며 "엔씨의 IP 가치·영업 가치 등은 몇천억 밖에 안 된다는 얘기인데, 이는 극히 저평가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회복하기 위해 자사주를 추가 취득하기보다는 엔씨가 보유한 자사주를 M&A에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김 대표는 박 내정자에게 집안 살림을 맡기고, 엔씨의 핵심인 게임 개발과 사업에 더욱 집중한다. 이를 위한 전략으로 △새로운 재미를 선사할 수 있는 게임 개발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한 게임의 개발 △게임 개발의 새로운 방법 개척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김 대표는 "엔씨가 강점을 가진 대규모 멀티플레이어형 게임(MMO) 능력을 활용해, 다양한 장르를 개발하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선 '쓰론 앤 리버티(TL)'와 '블레이드앤소울2'로 초석을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니와 양사 IP·기술력을 활용한 다양한 협업도 추진하는 중이며, 글로벌 빅테크 기업 협력도 넓혀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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