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호주 찾은 中왕이 "제3자 개입 안돼...中 기업 차별 말 것"

양자 관계, 美 영향 받아서는 안된다고 주장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왼쪽)과 페니 웡 호주 외교장관(오른쪽)이 20일 호주 캔버라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중국 외교부]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 외교부장이 7년 만에 호주를 방문했다. 이를 계기로 중국과 호주 간 해빙 분위기가 조성된 가운데, 왕 부장은 양국 관계가 더이상 제3자의 개입을 받아서는 안된다며 미국 견제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중국 기업들에 우호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해줄 것을 강조했다. 

20일 신화사에 따르면 왕 부장은 이날 호주 캔버라에서 페니 웡 호주 외교장관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왕 부장은 이 자리에서 “지난 10년 간 양국 관계의 우여곡절은 우리에게 배울 필요가 있는 교훈을 남겼고, 우리는 이를 통해 소중한 경험도 쌓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가장 핵심적인 것은 상호존중을 견지하는 것"이라며 "중국이 지금까지 호주 내정을 간섭한 바 없고, 호주가 선택한 제도와 경로를 존중한 것처럼 중국의 주권과 존엄, 정당한 우려에 대해 호주가 수교 이래로 한 약속을 계속해서 지키고 존중과 적절한 처리를 해주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중국과 호주는 보수 성향인 스콧 모리슨 전 호주 총리 집권기(2018.8∼2022.5) 동안 갈등을 겪어왔고, 호주는 우방인 미국을 중심으로 한 중국 견제에 참여해왔다. 하지만 2022년 호주 노동당 정부가 들어선 뒤 지난해에 호주 총리로는 7년 만에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가 중국을 방문하며 양국 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러한 배경에서 양국 관계가 더 이상 제3자에 의해 좌우돼서는 안 된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보인다.

왕 부장은 “중국은 줄곧 독립 자주의 평화 외교 정책을 추구해왔다"며 "독립은 호주의 대외 정책에서도 중요한 원칙이 돼야 한다. 중국과 호주 관계는 제3자를 겨냥하지도, 제3자의 영향이나 간섭을 받지도 않아야 한다"고 짚었다.

또한 왕 부장은 호주가 중국 기업에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호주가 시장경제 원칙과 공정한 경쟁 규칙을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 호주에서 활동하는 중국 기업들에 공평, 공정하며 투명하고 차별없는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이는 호주가 지난 2018년 자국의 5세대 이동통신(5G) 통신망 사업에서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참여를 배제한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아울러 왕 부장은 양국 경제의 상호 보완성도 강조했다. 중국은 호주의 최대 수출 대상국이었지만, 화웨이 사건 등으로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중국은 호주산 와인과 소고기, 보리, 석탄 등 10여 개 제품에 고율 관세를 물리는 등 맞불을 놓은 바 있다. 왕 부장은 “작년에 양국 무역액이 추세를 거슬러 증가했고, 호주의 무역흑자 중 80% 가까이가 대중국 무역에서 나왔다"고 호주를 압박했다.

웡 장관은 이에 "호주는 언제나 호주이고 중국은 언제나 중국"이라며 "갈등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예방적 구조에 전념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며 소통이 중단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에 억류된 호주인, 인권, 해양 안보와 안전, 태평양,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동 분쟁과 같은 지역 및 국제 문제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이야기하기를 기대한다"며 "우리는 두 나라 간 차이가 없어지지 않는 것을 알고 있지만, 대화를 통해 서로의 차이를 관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