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이차전지 사업한다던 테라사이언스...신안 부지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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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준 기자
입력 2024-03-25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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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년 4월 이차전지 사업 추가하며 신안 방문… 이후 연락 없어

  • 지난달 초전도체 사업한다며 주가 띄워…최대주주 지분 반대매매 되며 주식거래도 정지

  • 테라사이언스측 "지난해 12월까지 공사, 현재는 경제성·수익성 놓고 검토중" 밝혀

사진테라사이언스
[사진=테라사이언스]
"지난해 상반기에 테라사이언스 관계자들이 신안군청 사무실에 한번 오기는 왔어요. 하지만 현재까지 리튬 사업 진척은 없었어요. 그 후로는 연락도 없었고요."
 
전남 신안에서 만난 신안군청 관계자는 테라사이언스의 리튬 사업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건설기계 제조 전문기업 테라사이언스는 지난해 4월 이차전지 관련 사업목적을 추가했다. 테라사이언스 자회사 신안리튬을 앞세워 신안 일대에서 리튬 양산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새 사업에 진출한다며 수십억 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실시했지만 이차전지 사업 기대감에 주가는 7000원대를 훌쩍 넘어서기도 했다. 문제는 그 이후다. 리튬 사업에 대한 진전이 없자 단순히 주가 부양을 위해 호재성 뉴스를 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회사는 지난해 말 보도자료를 통해 "신안 일대 토지에 대해 기존 탐사자료를 바탕으로 대규모 염지하수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청되는 압해도 신장리 5개 필지와 압해읍 분매리 등 6개 필지 등 4500여 평에 이르는 토지에 대해 지주공동사업을 위한 토지사용 승낙서를 받았다"며 사업 의지를 밝혔다.

그렇다면 3개월이 지난 현재 테라사이언스의 리튬 사업은 어디까지 진전됐을까. 사업지를 찾아가기 위해 테라사이언스에 정확한 사업지 위치를 물었다. 테라사이언스 관계자는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은 필지 위치가 어디냐'는 기자 질문에는 "지주들 개인정보 보호 사안이라 공유하기 어렵다. 필지가 알려지면 땅값이 올라갈 수 있다. 내부 영업비밀"이라고 설명했다.

예상했던 답변이라 무작정 전남 신안군으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정확한 사업지를 확인하기 위해 현지 공인중개사 사무소들을 뒤졌다. 김성현 압해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는 "신안리튬이 처음 리튬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지역은 신장리"라며 "이곳에서 리튬 사업 관련 연구소를 짓고 시추작업을 진행했는데 사업이 잘 안 됐는지 연구소만 남기고 시추봉을 철거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테라사이언스가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은 뒤 토지대금을 납부하지 않았다는 얘기도 들렸다.

이와 관련해 테라사이언스 관계자는 "지주공동 사업으로 계약을 해 토지 매매 계약을 한 것은 아니다"라며 "공급받은 택지 개발을 테라사이언스가 맡고, 개발이 완료된 뒤 지주에게 토지비 및 적정이윤을 지급하는 방식이라 토지 대금을 납부하지 않았다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테라사이언스는 자회사 신안리튬을 통해 부메리 일대에 리튬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공인중개사무소에 따르면 토지대금도 납부하지 못했으며 현장에서는 어떠한 사업의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다 사진송하준 기자
[테라사이언스는 자회사 신안리튬을 통해 분매리 일대에 리튬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사업 진행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사진=송하준 기자]
사업지 두 곳 중 먼저 분매리 필지를 찾았다. 리튬 사업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공사 현장도 찾아볼 수 없었다. 좀 더 정확한 취재를 위해 인근 주민들을 만나 인터뷰했다. 부매리에서 염전 작업을 하고 있는 A씨(여)는 "혹시 뭐가 잘못 됐나? 리튬 사업은 분매리가 아닌 압해도 쪽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그곳 현장도 공사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테라사이언스는 자회사 신안리튬을 통해 신장리 일대에 리튬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 리튬개발 부지는 공사가 중단된 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송하준 기자
[테라사이언스는 자회사 신안리튬을 통해 신장리 일대에 리튬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 리튬개발 부지는 공사가 중단된 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송하준 기자]


만나는 주민마다 서울에서 큰 회사가 이차전지 사업을 한다더니 결국 무산된 것 같다고 얘기한다. 신장리 인근 압해도로 향했다. 테라사이언스가 리튬을 시추하겠다며 설비를 설치하던 곳이다. 

압해도 현장은 여전히 텅 비어있었다. 건물을 철거하다 사업이 중단된 듯 폐건자제처럼 보이는 기물들이 방치돼 있었다. 부동산 떴다방들이 신장리 리튬개발 부지를 매각한다는 현수막만 외롭게 걸려 있었다. 

한쪽에 보니 신안군청에서 허가받은 굴착 행위에 대한 신고증 팻말이 꽂혀 있다. 적어도 테라사이언스가 굴착 허가를 받았다는 주장은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그렇다면 사업은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자세한 내막을 들어보기 위해 신안군청으로 향했다. 

신안군청은 굴착행위 신고증과 리튬 사업 진행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신안군청 관계자는 "말 그대로 굴착행위에 대한 권한만 승인해줬다. 리튬 사업이 만약 진행된다면 지하수 개발도 허가해주고 유관 부서와 지속적인 연락을 진행할 수 있는데 현재 사업 현황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파악하기도 어렵다"고 일축했다.

테라사이언스가 실제 이차전지 사업 의지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불과 수개월 전까지 "순조롭게 공사가 진행중"이라고 설명한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업비 명목으로 실시한 유상증자 대금 40억원이 투자됐다고 볼만한 곳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와 관련해 테라사이언스 관계자는 "유상증자로 유치한 40억원은 아직 사용한 곳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이후 공개될 감사보고서를 통해 사용처 확인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쯤 되니 최근 테라사이언스 행보도 의심스럽다. 지난 2월 자회사 다보링크가 초전도체 사업에 나선다는 소식을 전하며 또다시 주가를 띄웠기 때문이다. 초전도체 사업 역시 아직 실체가 없다. 

테라사이언스는 본래 중장비, 산업용차량, 농업용기계 등에 쓰이는 관이음쇠를 제조하던 기업이다. 이후 바이오, 이차전지, 초전도체까지 증시에서 주목 받는 주요 테마 사업들에 진출하겠다고 나섰지만 정작 제대로 사업 진행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1일에는 상장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이 되며 주식 거래 정지 처분을 받았다. 

테라사이언스측은 기사 게재 이후 현 사업 진행과 관련해 해명했다. 테라사이언스 관계자는 "지난해 12월까지 현장 공사를 진행한 후 현재는 경제성과 수익성 측면을 놓고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폐건자재를 방치한 적은 없으며 향후 사용할 건자재를 컨테이너 안팎에 정리해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진행 현황과 관련해선 "압해도 신장리 일대 1, 2호 관정 작업은 모두 굴착을 완료했고 1호 관정 주변에 연구동 허가를 완료했다"며 "1, 2호 관정의 수질 성분 분석 결과를 토대로 리튬, 나트륨, 스트론튬, 마그네슘 등 다양한 광물을 같이 추출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분매리 등 지역 지주 공동 사업으로 계약한 토지는 지질조사 후 사업성이 있는 토지를 추가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염지하수 광물 추출 사업을 국내서 처음 시도하다 보니 관련 특허를 보유한 연구원들과 장비도입 및 사업에 관해 논의하며 농축 기간을 단축하고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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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주만 피해가 어마하네요!! 조속한 조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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