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간) 발생한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 배후를 놓고 국제사회에서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연관성을 제기한 반면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이를 강력 반박했다. 이에 전쟁 확전 가능성까지 나오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은 이날 테러 직후 자신들이 테러의 '배후'라고 자처했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연루설을 제기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은 23일 핵심 용의자를 체포한 뒤 이들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향했던 점을 두고 "우크라이나 측과 관련 접촉을 했다"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같은 내용을 언급하며 배후 세력에 대한 엄벌 의지를 피력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에이드리언 왓슨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이번 공격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IS에 있다"며 우크라이나 배후설 차단에 나섰다. 볼로디미르 젤린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모스크바에서 일어난 일은 명백하다. 푸틴과 다른 인간 쓰레기들이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돌리려 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CNN은 "러시아 국민들이 푸틴을 지지한 이유였던 안전성과 안보가 보장된 모습이 아니다"며 "오늘날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이 집권한 24년 중 어느 시점보다 가장 불안정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이 경고했던 테러 가능성을 러시아가 무시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사태 진행에 따라 그 후폭풍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7일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은 "극단주의자들이 모스크바에서 콘서트 등 대규모 모임을 겨냥하고 있다"는 경고를 보냈다. 러시아 측은 이를 무시했고 푸틴 대통령은 대선 직전에 나온 이 경고를 '선거 방해'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자국민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 책임을 바깥으로 돌리며 오히려 교착 상태에 빠진 우크라이나 전쟁 참여를 촉구하는 데 이번 사건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푸틴 대통령은 23일 대국민 연설에서 "현재 우리의 공동 의무는 전선에 있는 동지들과 이 나라 시민들이 하나의 대형으로 뭉치는 것"이라며 전쟁에 대한 국내 여론 결집을 시도했다.
한편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국 지원 소식도 전해지면서 확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 합작 방산업체 KNDS가 우크라이나에서 군사 장비와 군수품을 생산할 것이라고 양국 국방부 장관이 22일 밝혔다. AFP 등에 따르면 양국 장관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전차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KNDS 자회사를 우크라이나에 설립해 군수품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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