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부동산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도쿄 23개 구의 신축 맨션(아파트) 평균 가격은 전년 대비 39.4% 상승한 1억1483만엔(약 10억2000만원)으로 나타났다. 1974년 이후 처음으로 1억엔을 돌파한 것이며 10년 전인 2013년 5853만엔(약 5억2000만)과 비교하면 2배가량 뛴 셈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일본에서는 1억엔 이상인 맨션을 일컫는 ‘억(億)션’을 소유하고 있으면 부유층으로 여겨지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도쿄 도심 신축 맨션 대부분이 ‘억션’이 된 상황이다.
도쿄 23개 구의 최근 5년간 주택 가격 상승 폭은 60.8%로 일본 내 타 지역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수준이다. 도쿄 인근에 위치한 가나가와현이 11.2%, 사이타마현이 13.1%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그 차이를 알 만하다.
실제 지난 2월 노무라부동산이 내놓은 도쿄 시부야역과 지유가오카역 사이에 위치한 ‘도리쓰다이가쿠(都立大學)역’ 근처 100가구 규모 신축 맨션 ‘프라우드 도리쓰다이가쿠’는 19~35평 크기에 가격이 9200만~2억6000만엔(약 8억~23억원)이었다. 평수에 비해 높은 가격으로 설정되었지만 대부분 계약이 성사됐다.
도쿄 도심에는 초고가 맨션도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미나토구에 세워진 총 1000가구 규모 대형 맨션 ‘미타 가든힐’은 가장 비싼 가구가 45억엔(약 400억원)에 나왔다.
도쿄 주택 가격은 원자재 가격, 인건비, 용지 취득비 상승과 함께 엔저로 인한 해외 부유층의 고가 맨션 구매 증가로 나날이 뛰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파워 커플’이라 불리는 맞벌이 부부가 공동으로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면서 주택 가격을 견인하고 있다.
미쓰비시종합연구소에 따르면 ‘파워 커플’은 부부 합산 연봉 1000만엔(약 9500만원)에서 1500만엔(약 1억4200만원)의 재력 있는 가구를 뜻하며, 이들의 한 달 소비지출액은 일본 전체 평균 대비 2.5배에 달한다. '파워 커플'은 부모 세대에게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버블 붕괴를 경험한 적이 없어 부동산을 투자 대상으로 보고 있으며,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해 출퇴근하기 용이한 도심에 살기를 원한다.
앞서 소개한 ‘프라우드 도리쓰다이가쿠’도 구매자 70%가 ‘파워 커플’이었다. 노무라부동산에 따르면 ‘파워 커플’ 가구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2022년 37만가구로 10여 년 전보다 80% 늘었다.
신축 맨션 가격 급등은 중고 맨션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쿄 주요 6개 구(지요다, 주오, 미나토, 신주쿠, 분쿄, 시부야)는 지난해 중고 맨션 평균가격이 처음으로 1억엔을 돌파했다.
시장조사회사 도쿄칸테이에 따르면 작년 도쿄 도심 6개 구의 21평 규모 중고 맨션 평균 판매가는 전년 대비 6.3% 상승한 1억419만엔(약 9억2600만원)이었다. 조사를 시작한 2004년 이후 처음으로 1억엔을 돌파했는데, 신축 맨션과 마찬가지로 10년 새 가격이 2배 올랐다.
한편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함에 따라 주택대출금리가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도심과 변두리 간 주택 가격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건설업연합회에 따르면 도심은 원자재와 건설 비용이 계속 오르고 있는 데다 신축 주택 공급 감소까지 겹치고 있는 상황이다. 다이와증권 관계자는 “금리 인상 후에도 도쿄 도심 맨션 가격은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반면 교외 지역과 긴키권, 중부권 등에서는 이번 금리 상승으로 주택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한 부동산 개발회사가 실시한 조사에서 금리가 0.5% 상승하면 ‘주택 판매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70%를 차지했다.
도쿄칸테이도 긴키권과 중부권 등에서 주택 가격 상승세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코로나19 기간에 재택근무 수요가 증가하고 2021~2022년 전국적으로 주택 가격이 뛰면서 주택 구매를 주저하게 만든 데다, 대출금리까지 오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교외와 지방에서는 맨션 거래가 주춤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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