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규제 완화가 골자인 '1·10 대책(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 확대 및 건설 경기 보완 방안)' 발표 이후 정부가 상대적으로 리모델링 사업을 외면하고 있어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동훈 한국리모델링협회 정책법규위원장은 26일 '2024 부동산 입법포럼'에 토론자로 참석해 "'1·10 대책' 이후 리모델링 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현재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는 151개로 약 12만가구 규모다. 이 위원장은 "이들 단지가 리모델링을 완료하면 신규 주택 1만8000가구를 공급하는 효과가 있다고 파악된다"며 "'1·10 대책'에서 강조하는 주거 공급의 중요한 수단으로 리모델링이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 대책 발표 이후 리모델링을 추진해온 조합에서 사업을 중단하거나 지연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이 위원장은 "리모델링과 비교되는 재건축을 도심 주택 공급의 핵심 수단으로 간주한 재건축 규제 전면 개선안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주민들은 리모델링을 포기하고 재건축으로 선회하자는 의견들도 내세우고 있다"고 했다. 일례로 2008년부터 리모델링을 추진해 온 서울 강남구 개포동 '대치2단지'는 올 4월 리모델링 조합해산 총회 개최를 검토 중이다.
이 위원장은 "리모델링 기본계획을 세운 지방자치단체 14군데에서 가구 수 증가형 리모델링은 약 2000개 단지에서 사업이 가능하다고 한다"며 "충분히 검증되고 수요 조사까지 돼 있는 리모델링이 '1·10 대책'에서 소외된 게 아쉽다"고 했다.
한국리모델링협회를 비롯한 리모델링 업계는 정부에 리모델링 규제 완화와 관련된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공동주택 리모델링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주택법 일부 개정 법률안 등 6개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며 이 중 2개 법안은 리모델링 제도를 전반적으로 손보는 내용이 담긴 특별법이다.
특히 2014년부터 시행된 가구 수 증가와 수직증축으로 대표되는 현행 제도는 '주택법'에 명시돼 있어 대부분 리모델링 추진 단지가 가구 수 증가와 수직증축을 병행하는 방법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점을 반영하면 보완 입법이 필수적이다.
다만 해당 법안들은 오는 4월 총선 이후 21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리모델링 제도 개선은 이미 내용까지 정리돼 있는데 계류돼 있는 게 너무 아쉬운 상황"이라며 "정부가 조금만 신경을 써서 리모델링을 '1·10 대책'의 핵심인 주택 공급 방안으로 활용해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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