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통합의 걸림돌이 제거됐다. 한미약품 창업주 장·차남이 제기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되고, 국민연금이 모녀 측 통합 추진에 지지 의사를 밝혀서다. 다만 모녀와 형제 측 우호 지분율 차이가 근소해 28일 열리는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가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전날 밤 한미사이언스 주총 안건 중 창업주 배우자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측이 추천한 6명의 이사 후보 선임 안건에 찬성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반면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전 사장과 차남 임종훈 한미약품 전 사장이 제안한 신규 이사 5명 선임안엔 모두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같은 날 법원은 지난 1월 형제가 제기한 한미사이언스의 제3자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수원지법 제31민사부는 "송 회장 등의 경영권 또는 지배권 강화 목적이 의심되기는 하나, 2년에 이르는 기간 검토한 이사회 경영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앞서 한미그룹과 OCI그룹은 지난 1월 12일 현물출자와 신주발행 취득 등을 통해 두 회사 통합 계약을 체결했다. OCI 지주사인 OCI홀딩스는 7703억원을 들여 한미사이언스 지분 27.0%를 취득했다. 이 과정에서 임 사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가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하기로 했다. 임종윤·종훈 전 사장은 그룹 통합에 반대하며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이 인용 결정을 내리면 OCI가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예정대로 이전받지 못해 주총 결과와 상관없이 통합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법원이 기각하면서 경영권 분쟁에서 모녀가 우위에 섰다.
이에 따라 28일 열리는 한미사이언스 주총이 양측 모두에게 중요해졌다. 이날 주총에서는 모녀 측과 형제 측이 이사회 구성을 두고 표 대결을 벌인다.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임종윤(9.91%)·종훈 전 사장(10.56%) 측 지분율은 28.42%다. 형제는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의 고향 친구이자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12.15%) 지지를 얻어 우호 지분 40.57%를 확보했다. 모녀 측 지분율은 송 회장(11.66%)과 임 사장(10.2%), 한미사이언스 산하 가현문화재단(4.9%), 임성기재단(3.0%) 등을 더해 35%다. 전날 지지 의사를 밝힌 국민연금(7.66%)을 더하면 42.66%로 뛴다. 신 회장 지지로 형제 측이 승기를 잡는 듯했으나, 국민연금이 모녀 측 손을 들어주면서 전세가 뒤집혔다.
모녀와 형제간 우호 지분율 차이는 2%포인트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소액주주들 표심이 한층 중요해졌다. 지분 16.77%를 쥔 소액주주들 판단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예상돼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