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부진했던 증시가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과거 '우량주 장기투자'를 했던 투자자들은 한숨만 내쉰다. '가치 투자' 한다며 묻어 둔 종목들은 여전히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고 있어 이번 기회에 탈출해 단기 투자 상품으로 옮겨타는 이들이 늘고 있다.
27일 국내외 증시 우량주를 비롯해 해외 주가지수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 상품과 펀드 등의 최근 3년간 수익률을 살펴보면 요즘 증시 분위기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년 반 만에 8만원대 가격에 근접했지만 그동안 물려 있던 개인투자자들의 매물이 끝도 없이 나오며 상승세를 막아서고 있다.
코스닥서도 케어젠, 카나리아바이오 등의 종목을 비롯해 한동안 수익률 상위권을 휩쓸었던 이차전지주 역시 최근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장기투자자들에게는 여전히 손실구간에 머무르고 있다.
해외 증시에 투자한 이들도 비슷하다. 지난해 말 미국 '산타랠리' 훈풍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이은 기준금리 동결, 올 하반기 기대되는 기준금리 인하 전망에 개인투자자 매수세가 집중됐던 테슬라, 인텔은 물론 코로나19 대표 수혜주였던 화이자 등의 주가는 여전히 3년전 대비 낮다.
그나마 안정적이라고 여겼던 펀드도 배신했다. 펀드 정보 사이트 '펀드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 4631종 가운데 3년 수익률이 1% 이상인 펀드는 1384종으로 30%가 채 안 된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최근 3년 수익률 평균은 -0.62%에 그친다.
기초자산의 폭락 가능성이 낮다며 '중위험 중수익'으로 판매해왔던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은 대규모 손실을 냈고 3년전 인기리에 판매되던 글로벌 부동산 투자 리츠 역시 손실률이 높다. 이들 상품 모두 단기 운용 상품을 넘어서진 못하고 있다.
만기 1년 미만 기업 어음이나 잔존만기 1년 이하 채권으로 운용하는 단기금융펀드(MMF)의 수익률 7.59%와 대비된다.
하반기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를 앞두고 변동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단기 상품을 넘어 초단기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변동성이 높아질 경우 주식을 비롯한 투자 상품의 리스크 역시 커지기 때문에 단기 상품을 넘어, 초단기, 대기성 자금 수준인 극 초단기 상품에 돈이 몰리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대기성 자금으로 인식되는 대고객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 잔고가 25일 기준 약 85조원에 달해 2022년 6월 이래 가장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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