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이 무산됐다. 지난 1월부터 이어져 온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소액주주들 대부분이 임종윤·종훈 형제 손을 들어주면서다. OCI 측도 ‘통합 절차를 중단한다’고 공식화하면서 한미약품 오너 일가 내 경영권 분쟁도 일단락됐다.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가 28일 경기 화성시 라비돌호텔 신텍스에서 개최한 정기 주주총회에서 창업주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형제 측이 제안한 이사진 5명에 대한 선임 안건이 모두 통과됐다. 이에 따라 형제 측은 그간 반대해 왔던 한미-OCI 통합과 관련한 이사회 결정을 백지화할 전망이다.
이날 주총 현장은 그야말로 혼란의 연속이었다. 애초 오전 9시 주총이 열릴 예정이었으나 현장에서 위임장 확인 등을 이유로 3시간을 훌쩍 넘긴 낮 12시 30분께 시작됐다. 이후에도 투표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이 수차례 반복되면서 오후 3시가 넘어서야 최종 결과가 나왔다.
이번 주총의 핵심 안건은 ‘이사 선임 의결’로 모녀(한미약품그룹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 측은 임 부회장과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을 포함해 6명의 후보를 추천했다. 형제 측은 본인들을 포함한 권규찬·배보경·사봉관 사외이사를 내세웠다.
주주들은 형제 측에 더 많은 지지를 보냈다. 회사가 추천한 임 부회장 등 6인은 모두 약 48% 득표로 과반에 미달해 선임되지 못했으나 형제 측은 모두 52% 내외 찬성표를 얻으며 사내이사 선임에 성공했다.
형제 측은 앞서 OCI 통합 결정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결정 외에는 근거가 없다고 주장해 온 만큼 양 그룹 간 통합 결정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주총 현장에 통합을 진행한 모녀 측은 모습을 비치지 않았고, 이우현 OCI 회장은 주총 결과가 나오기 전 자리를 떴다.
이날 주총에는 지난해 말 기준 의결권 있는 주식 6776만3663주 중 의결권 주식 총수 중 88.0%가 참석했다. 대주주 외에도 소액주주를 합쳐 총 2160명에 달하는 주주들이 표결에 나섰다.
OCI그룹 역시 통합 중단을 알렸다. OCI홀딩스 측은 이날 “주주들 뜻을 받아들이고, 통합 절차는 중단한다”며 “앞으로 한미약품그룹의 발전을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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