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29일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받는 이종섭 주호주대사의 사표를 수리했다. 이 대사와 같은 특임공관장의 경우 외교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용한다. 사의 수리도 실질적으로는 윤석열 대통령 재가를 거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이날 “이 대사 본인의 강력한 사의 표명에 따라 임명권자인 대통령께 보고드려 사의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사가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지 25일 만에 물러나면서 핵심 우방국인 호주 주재 한국 대사가 또다시 공석이 됐다.
이 대사를 대리하는 김재훈 변호사는 이날 기자들에게 “이 대사가 오늘 외교부 장관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이 대사는 “저는 그동안 공수처에 빨리 조사해 달라고 계속 요구해왔으나 공수처는 아직도 수사기일을 잡지 않고 있다”며 “저는 방산 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가 끝나도 서울에 남아 모든 절차에 끝까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대사는 “그러기 위해 오늘 외교부 장관께 주호주 대사직을 면해주시기를 바란다는 사의를 표명하고 꼭 수리될 수 있도록 해주실 것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정부의 첫 국방부 장관을 지낸 이 대사는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으로 고발돼 수사받던 중 지난 4일 주호주대사로 임명됐다. 이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7일 이 대사를 소환해 4시간가량 조사했고, 법무부는 8일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공수처는 당시 이 대사 출국금지 해제에 반대하면서 추가 소환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출국 후 ‘해외 도피’ 논란이 일었고 이 대사는 지난 21일 외교부 방위산업 협력 공관장 회의 참석을 위해 귀국했다.
이 대사는 귀국 직후 “조사받을 기회를 달라”며 공수처에 조사를 촉구했다. 하지만 공수처는 “수사 여건상 이 대사 소환조사는 당분간 어렵다”고 했다.
이 대사 측은 수사 외압 혐의(직권남용)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채 상병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하지 않았고 군에 수사권이 없어 법리적으로도 혐의가 성립할 수 없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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