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글로벌 기업들은 AI, 로봇, 자율주행차 등 미래기술 개발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으며 전 세계 시장에서는 최우량 기업들 간에 치열한 생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스마트폰, 반도체, 전기차, 가전제품 등 다양한 산업에서 경쟁사의 신기술 개발 움직임을 파악하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경쟁사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촉각을 세우며 애를 쓰고 있다.
기업 조직 내부에서 CEO가 이런 일들을 혼자 다 할 수는 없다. 현재 주요 경쟁사가 무엇을 하고 있으며, 수면 밑에 있는 잠재적인 경쟁자가 누구이며, 앞으로 어떤 회사가 주요 경쟁사가 될 것인지를 정확하게 판단하여 대책을 마련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이것이 마켓인텔리전스의 주요 기능이다.
글로벌 기업의 마켓인텔리전스 부서는 기업 CEO의 손과 발이 되어 시장을 감시하고, CEO의 촉각이 항상 살아있도록 시장 트렌드 변화, 경쟁사 동향 등을 적기에 보고하여 회사 운명이 걸린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올바르게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해 주어야 한다.
가전제품 업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으며, 하이얼과 TCL 등 중국 기업들이 바짝 추격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현대·기아 자동차가 세계 최정상을 향해 질주하고 있으며 세계 주요 자동차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정의선 회장의 현대자동차는 혁신적인 기업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차가 지향하고 있는 미래산업은 로봇, 자율주행차, 플라잉카 등이다.
글로벌 시장의 최정상에 서 있는 국내기업들의 공통점은 CEO가 마켓인텔리전스(MI) 기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LG전자는 글로벌 마케팅 부서에 MI 조직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대·기아차도 고객 경험에 초점을 맞춘 MI팀을 가동하고 있다. 이것이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비결이다.
글로벌 기업 CEO의 촉각이 살아있지 않다면, 산업 트렌드 변화 등의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과거 자신의 업적과 승리에만 도취하는 왜곡된 시각을 가질 수 있다. 우리는 이것을 ‘최고 경영자의 맹점(blind spot)’이라고 부르고 있다. 흔히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기업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아날로그 필름 시장과 즉석카메라 시장의 최고 기업이었던 코닥과 폴라로이드가 디지털 산업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도산하였다. 미국 비디오 대여 시장에서 1위를 기록했던 블록버스터의 CEO 존 안티오코도 영화 다운로드의 트렌드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DVD 시장만을 고수하는 실수를 저질러 결국 파산하였다. 반면 후발 기업인 넷플릭스는 온라인 스트리밍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여 업계 1위로 등극하였다.
마켓인텔리전스는 CEO의 시각이 왜곡되지 않도록 교정하는 역할을 한다. 물론 CEO가 마켓인텔리전스 부서의 보고를 신뢰해야 한다는 조건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을 생산하는 기업인 뉴트라스위트의 CEO 로버트 플린은 마켓인텔리전스 팀을 전폭적인 지지하여 성공을 거두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쳇GPT 열풍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애플의 CEO 팀 쿡과 구글의 CEO 순다르 피차이가 곤경에 처해 있다.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애플이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하여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이후 현재까지 별다른 파괴적 혁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애플 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올해 중국에서 아이폰의 시장 점유율이 4위(15.7%)로 추락하였으며, 지난 10년 동안 노력했던 애플카 개발을 중단하였다. 또한, AI 혁신 열풍 속에서도 이렇다 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이후 애플을 잘 이끌어 왔다고 평가를 받았던 팀 쿡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볼 문제이다.
구글도 오픈 AI의 챗GPT의 도전에 힘겨워하고 있다. 구글이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가운데, 과거의 명성을 되살릴 구원투수로 구글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이 지난해 복귀했다. 과연 브린의 재등판으로 구글이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 ‘글세’, 글로벌 시장에서 영원한 승자는 없다.
지금 미국 IT산업에서 최고의 스타는 오픈 AI의 CEO 샘 올트먼과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이들의 시각이 구글과 애플 CEO의 생각과 어떻게 다른 것인지 궁금하다. 살기 좋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 기술혁신이 빠르게 반복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글로벌 CEO는 이 점을 받아들이고 산업과 기술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야 한다.
현재 최강의 글로벌 기업일지라도 CEO가 기술 트렌드를 주도하지 못하고 경쟁사의 움직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기업의 밝은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마켓인텔리전스팀은 CEO의 눈과 귀가 되어야 한다.
엄태윤 필자 주요 이력
△한국외국어대 국제관계학 박사 △Pace대학 경영학 박사 △한국외국어대 특임 강의교수 △주미 한국대사관 참사관 △주 보스턴총영사관 영사 △통일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제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위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