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사태가 7주 차에 접어들었다. 현장에 남은 의료진에 몰리는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곳곳에서 한계 신호가 포착되고 있는 가운데 의과대학 교수들이 진료 축소를 공식화했다. 의료공백 장기화로 체력과 정신적 한계가 왔다는 이유에서다. 교수들마저 진료 현장 이탈 조짐을 보이면서 환자들의 우려 역시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20개 의대가 참여하는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1일부터 환자 진료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24시간 연속 근무 후, 다음 날 주간 근무를 반드시 쉬기로 결의했다. 이렇게 되면 수술과 외래 진료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국 40개 의대가 모두 참여하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도 외래 진료를 최소화하기로 했고, 충북대병원은 대학병원 중 처음으로 매주 금요일 외래를 하지 않기로 했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전국 16개 시도의사회 대표자 회의를 열고 집단행동 여부를 논의하는 등 대학병원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과 진료 축소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교수들의 진료 축소 현실화에 환자단체는 최소한 환자의 치료와 생명을 보장하는 체계 구축을 호소하고 나섰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지난 29일 입장문을 통해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작동해 중증 환자를 살리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물론 더 이상 치료에 밀려나 쫓겨나는 환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50대 말기신부전 환자가 전북지역 상급종합병원에서 별다른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한 것에 대해 의료대란으로 인한 인력난으로 사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연합회는 “생명이 걸린 환자 입장에서 의사를 이해해 달라는 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의대 교수가 병원을 나가면 환자 죽음을 방조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의료 공백이 길어지면서 환자들이 겪는 불편도 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수술 일정이 연기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환자들의 우려가 고조되는 분위기다.
서울 소재 대형병원에서 만난 김삼석씨(65)는 “녹내장 수술 일정을 잡았었는데 연기 통보만 받았지 다음에 언제 수술 날짜를 잡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면서 “지인은 암 수술을 앞두고 있는데도 기약 없이 기다리는 상황이다. 국민의 목숨이 달린 문제인데 분통하다”고 했다.
최근에는 도랑에 빠져 심정지 상태로 구조된 생후 33개월 아이가 소아 중환자를 받을 병상이 없다는 이유에서 상급종합병원 이송을 거부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어린 자녀를 둔 보호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3세 자녀를 둔 직장인 오진아씨(39)는 “최근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 사이에서는 응급 시 갈 수 있는 병원과 대처 방안 등에 대한 정보 공유가 활발하다”면서 “소아는 언제 응급 상황이 생길지 모르는데 매일 무슨 일이 생길까 노심초사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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