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서도 멈추지 않는 인공지능(AI) 붐에 힘입어 글로벌증시가 5년 만에 최고의 1분기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D에 따르면 MSCI 전세계 주가지수는 올해 들어 7.7% 상승한 가운데 2019년 이후 5년 만에 1분기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다. 또한 주식 수익률에서 채권 수익률을 뺀 차이도 202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중에는 1분기 중 연달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미국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500, 그 중에서도 미국증시 상승을 홀로 견인하다시피 한 AI 칩 선두업체 엔비디아의 공이 컸다고 FT는 전했다. 엔비디아는 1분기 중 시가총액이 1조 달러 이상 늘어난 가운데, 같은 기간 글로벌 증시 시가총액 상승분의 약 5분의 1을 책임졌다.
또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첫 금리 인하 시기가 당초 기대와는 달리 1분기 중에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제롬 파월 연준의장이 여전히 올해 금리 완화에 대해 긍정적 의견을 내비친 것과 함께, 미국 경제가 여전히 견조한 흐름을 보인 것도 미국증시 호조에 긍정적 역할을 했다고 전문가들은 평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인베스코의 크리스티나 후퍼 수석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1분기 증시 상승에 대해 "AI 열기의 역할도 있었지만 가장 큰 것은 통화정책 완화였고, (두번째가) 매우 견조한 글로벌 경제였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설문조사에 따르면 향후 12개월 내 경기 침체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 글로벌 펀드매니저 비율은 약 3분의 2로, 작년 연초 대비 10%였던 것 대비 크게 늘었다. 또한 2년 만에 처음으로 대다수 투자자들은 글로벌 기업 이익이 중기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랠리 확산
무엇보다 최근 글로벌증시에서 두드러진 점은 미국에서 시작된 증시 랠리가 유럽, 일본 등 전 세계 주요 증시로 퍼져나간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실제로 1분기 중 유로스톡스600,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 등 주요 글로벌 주가지수들이 연달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 중에서도 닛케이지수는 1989년 이후 34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데 이어, 사상 처음으로 4만선을 돌파하는 기염을 통했다.
뿐만 아니라 3월 들어서는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주가지수 상승률이 S&P500 상승률을 앞서는 모습이 나타났다. 3월 한 달 간 S&P500의 수익률은 3%를 겨우 넘긴 반면 영국 FTSE100, 독일 DAX30 수익률은 모두 4%를 넘겼다. 이외 상승업종도 당초 기술주 일변도에서 3월 들어서는 점차 다른 업종으로 확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위스 자산운용사 롬바르드 오디엘 인베스트먼트 매니저스의 플로리안 옐포 거시경제 책임자는 "글로벌 증시가 열기를 더해가면서 전면적 랠리가 나타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최근의 글로벌증시 상승은 갑작스러운 미국 실업 증가 혹은 경기 침체 등이 있을 경우 빠르게 사라질 수 있다고 FT는 전했다.
미국 증권사 찰스 슈왑의 케빈 고든 선임 투자 전략가는 "연준은 고용 시장 약세에 기대어 금리를 인하했다가 1, 2월에 나타난 높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 현상이 아닌 것으로 나타나면 문제에 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