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시간·날씨 구애받지 않는 천연 에너지"…제주 풍력발전단지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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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입력 2024-03-3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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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최초 상업용 해상풍력단지…연간 8만5000MWh 생산

  • 평균 가동률 98%·이용률 29%…제주도민 6개월간 사용량

  • 애월 어음풍력발전 1만7692MWh생산…'주민참여형' 에너지

28일 방문한 제주시 한경면 두모리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의 해상풍력 발전기가 돌아가는 모습 사진김유진 기자
28일 방문한 제주시 한경면 두모리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의 해상풍력 발전기가 돌아가는 모습. [사진=김유진 기자]
"풍력발전은 바람만 있드면 종일 생산이 가능한 에너지입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해상풍력발전단지가 해상풍력의 시대를 열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지난 28일 국내 최초 상업용 해상풍력단지인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가 조성된 제주시 한경면을 찾았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와중에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것을 두고 관계자들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성호 탐라해상풍력발전 본부장은 "비바람이 치는 날은 발전이 잘 돼 수익이 많이 난다"며 "제주에 온 후로는 비바람이 있는 날이 기분 좋은 날"이라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의 설명에 따라 창밖을 내다보니 해안을 따라 설치된 10기의 해상풍력 발전기 중 6기의 프로펠러, 즉 '블레이드'가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었다. 바람만 분다면 태풍이 몰아치지 않는 이상 상시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4기는 낙뢰를 맞고 정지돼 있었는데 이 본부장은 "낙뢰는 1년에 2~3차례 정도 발생한다"며 "비가 그치면 곧 현장 확인을 한 뒤 복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7년 9월 준공된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는 100% 국내기술이 적용된 상업용 해상풍력단지라는 의미를 갖는다. 사업비는 1650억원이 투입됐으며 총 설비용량은 30MW로, 3MW 10기가 설치됐다. 준공 후 약 7년간 평균 98%의 가동률을 보였으며 평균 이용률은 29%를 기록했다. 사업 추진 당히 목표했던 가동률 95%와 이용률 28.9%를 상회하는 셈이다.

준공 이후 지금까지 생산한 전력 양은 약 50MWh다. 가구당 평균 전기 사용량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제주 31만3000가구가 약 6개월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 양이다. 
 
제주시 한경면 두모리에 설치된 탐라해상풍력발전의 해상풍력 발전기 사진한국남동발전
제주시 한경면 두모리에 설치된 '탐라해상풍력발전'의 해상풍력 발전기. [사진=한국남동발전]

다만 사업 초기부터 순풍을 맞은 것은 아니었다. 후보지였던 한경면 두모리와 금등리 주민들이 생태계 훼손·경제적 피해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우려는 다행히 기우로 끝났다. 풍력발전기의 기둥을 받치고 있는 자켓 구조물이 인공 암초가 돼 각종 해양생물들의 또 다른 서식지를 제공했다. 어족 자원 감소 현상이 발생하지 않은 셈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착공 시기인 2015년부터 모니터링한 결과 수중생태계는 더욱 활성화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풍력발전기 소음이 남방돌고래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주장도 사실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탐라해상풍력발전 관계자는 "지금도 맑은 날이면 돌고래들이 떼를 지어 다니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소음공해도 우려할 수준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바닷바람과 파도 소리에 묻혀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환경·주민 친화형 발전단지에서 '관광객 친화형' 단지로의 변화도 꾀하고 있다. 전기차 폐배터리를 활용해 풍력발전기에 야간 조명을 설치했다. 또 인근 지역에 관광숙박시설을 조성하도록 지원해 관광객 유치에도 나섰다.

주주사인 한국남동발전은 총사업비 4000억원을 투입해 기존 설비용량의 2배 이상인 72MW(8MW×9기)로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시 애월읍에 설치된 한국남동발전의 육상풍력 발전기 사진한국남동발전
제주시 애월읍에 설치된 '한국남동발전'의 육상풍력 발전기. [사진=한국남동발전]

이어 남동발전이 애월읍에 운영하고 있는 육상풍력발전소로 걸음을 옮겼다. 남동발전이 자체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는 '어음풍력발전'은 지난해 11월 상업운전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총사업비는 820억원이 투입됐으며 설비용량은 21MW(4.2MW×5기) 규모다. 남동발전은 '제주지역 최대(호기당) 육상풍력의 메카'라고 강조했다.

이날은 총 5기 중 4기의 발전기가 블레이드를 돌리고 있었다. 남동발전 관계자는 "오늘은 해안보다 내륙의 바람이 약해 한 개의 발전기는 돌아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1만7692MWh의 전기를 생산했으며 향후 20년간 운영한다고 가정할 경우 연간 5만8012MWh를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제주시 1만6000여 가구에 공급 가능한 양이다. 가동률은 95%이며 이용률은 32%를 보이고 있다.

남동발전은 어음풍력발전의 장점으로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라는 점을 내세웠다. 40억원 가량을 마을풍력 사업비로 지원하고 송전선로를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 매출액의 7% 또는 당기순이익의 17.5%를 지역에 기부하고 있다.

남동발전 관계자는 "2억원의 농어촌 상생협력지원금을 통해 농산물 집하장 신축을 지원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도 추진하고 있다"며 '제주도 카본 프리(탄소 미배출) 아일랜드 조성'과 '재생에너지 2030정책'에도 이바지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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