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연도별 대중 무역 흑자는 2018년 556억 달러에서 2019년 290억 달러, 2020년 237억 달러, 2021년 234억 달러, 2022년 12억 달러, 2023년 -180억 달러 등을 나타냈다.
문제는 수출 효자 품목인 반도체를 제외한 무역 흑자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8년에는 전체 대중 무역 흑자(556억 달러) 가운데 반도체에서 이익을 본 금액(359억 달러)을 제외하면 197억 달러 흑자를 거두는 데 그쳤다. 전체 흑자 중 63.4%가 반도체에서 발생한 셈이다.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품목에 대한 무역 흑자 규모는 2019년 100억 달러, 2020년 26억 달러 등으로 감소한 뒤 2021년(-26억 달러)을 기점으로 적자로 전환돼 2022년 -244억 달러, 지난해 -345억 달러 등을 기록했다.
기자와 만난 전 산업부 고위 관료는 "이미 수년 전부터 대중 무역 흑자는 신기루와 같았다"며 "반도체를 빼면 이미 적자 구조에 진입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 약화는 대중 중간재 수출 감소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날 한국은행이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대중 중간재 수출 비중은 1995년(11.4%) 이후 20년간 지속적으로 우상향하다 2018년(38.4%) 최고치를 기록한 뒤 2019년 36.1%로 떨어졌다. 2020년에는 37.3%로 소폭 상승했으나 향후 전망은 밝지 않다는 게 한은 측 설명이다.
반면 대중 수입 의존도는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특히 전기차용 이차전지 핵심 소재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수산화리튬의 대중 수입액은 전년 대비 53.2% 증가해 48억 달러 적자를 보였다. 니켈코발트망간(NCM) 수산화물 수입액 역시 31.1% 늘어 적자 폭이 27억 달러에 달했다.
정지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팀장은 "우리나라의 중국 의존이 구조적으로 심화하는 반면 중국은 자급화와 수입처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대중 수출이 제약을 받게 돼 무역 적자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비교 우위 약화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요국을 상대로 136개 핵심 기술을 평가한 결과 미국을 100%(2022년 기준)로 봤을 때 중국(82.6%) 기술력은 한국(81.5%)을 추월했다. 이차전지에서만 앞섰을 뿐 우주·항공·차세대통신·인공지능(AI) 등은 모두 뒤졌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아직 반도체가 전체 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중국의 제조 경쟁력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며 "비(非)반도체는 이미 중국에 따라잡혔고 앞으로 반도체도 중국에서 수입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