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2일 충남 당진에서 가진 유세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정부의 대중국 외교를 비판하는 발언은 가히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왜 중국에 집적거리나. 그냥 '셰셰',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된다”며 “중국과 대만 국내 문제가 어떻게 되든 우리가 무슨 상관 있나. 그냥 우리만 잘살면 되는 것 아니냐”고, 두 손 맞잡는 모양을 보이며 아첨하는 유사한 모습을 연출했다. 그는 지난해 6월 당대표로서 주한중국대사의 훈시에 가까운 강압적 발언을 15분정도 공손하게 경청하는 모습 역시 언론의 카메라에 찍혀 국민의 공분을 자아냈다. 이러한 중국에 대한 편향된 자세와 태도는 민주당 내부에 만연되어 있다. 이런 민주당의 자세는 세상이 바뀌어도, 중국이 우리에게 위압적이고 고압적인 자세로 압박해도 변하지 않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반면 우리 국민들의 중국에 대한 인식은 민주당의 인식과 다르다. 서울대학교 평화통일연구원은 2007년부터 국민에게 동일한 질문을 했다.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주변국에 대한 선호도를 말이다. 국민들은 중국보다 일본에 높은 호감도를 보여 왔다. 다만 2014~16년 한중관계가 좋았던 박근혜 정부 초기를 제외하곤 말이다. 우리 국민의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북한보다 저조했다. 우리 국민 대부분은 중국을 협력대상 국가가 아닌 경계, 경쟁 또는 적대 대상 국가로 인식한다. 응답자 25~30%가 한·미 간 협력이 더 중요하다고 느끼는 반면 한·중 간 협력을 중시하는 이들은 2~6%에 불과했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와 2017년 사드 배치 이후 한중관계가 악화되면서 한반도 유사시에 중국이 북한을 지원할 것이라고 응답한 국민은 50~63%에 달했다.
이처럼 우리 국민은 중국에 일방적으로 경도된 외교를 원하지 않는다. 역으로 미국과 협력하는 외교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연유에서인지 민주당은 민심에 반하는 외교 입장과 태도, 그리고 대외관을 견지한다. 중국으로 편파적으로 쏠리는 이들의 태도와 자세는 좀처럼 누그러질 것 같지 않은 태세이다.
단편적인 예시로, 2021년 새해가 찾아왔을 때 당시 집권당이던 민주당 의원들은 앞다퉈 ‘중국 인민’에게 새해 인사를 건넸다. 한·중수교 이후 전례 없는 언행이라 이례적이었다. 같은 해 7월 1일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에 민주당 대표는 중국 측에 축전을 보냈다. 민주당의 대중 외교가 유례없는 행보를 지속하는 데에는 국내 정치권력 구조의 작용이 있다. 민주당은 김대중 정부 이후 세 번째 집권에 성공하고, 국회 의석 중 과반수인 180석을 장악하면서 기존의 친중 외교 행보를 강화하기 시작하였다. 이들에게 친중 외교는 거칠 것 없는 선택이다.
민주당의 이러한 친중 편향적 자세와 태도를 유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이 고수하는 정치적 철학과 이념, 정체성이 중국과 높은 유사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중국에 과하게 경도되는 친중 외교를 추구하다 못해, 우리의 가치와 정체성, 실리, 국익 등을 왜곡하는 행보도 마다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이들은 중국의 입맛에 맞는 언행을 넘어 궤변을 늘어놓기가 일쑤다. 이는 실언이 아닌 그야말로 국가와 국민의 자존심을 무시한 채 중국에 보내는 아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당은 시진핑 주석이 주창한 인류운명공동체 구축을 맹신하며 참여 의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중국과 다른 가치와 이념을 추구하고 있음에도, 귀와 눈을 감은 채 중국과 운명을 함께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의지를 중국의 공동체 원칙으로 합리화한다. 중국은 인류, 문화, 종교의 다양성에 대한 존중을 운명공동체의 전제로 삼았다. 우리가 중국과 하나의 공동체로 운명을 함께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공통된 가치, 이념, 규범, 그리고 인식의 공유가 필요하다. 그러나 중국은 이런 기본적인 공동체의 전제조건을 무시하고 있다. 민주당 역시 이를 문제로 여기지 않고 있다. 왜냐면 앞서 언급하였듯, 그들은 이미 중국과 정치적 철학, 정체성, 가치, 이념, 인식을 기본적으로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향력을 키우려는 중국은 이런 점을 적극 활용한다. 특히 한국을 대상으로 공작을 펼 때, 중국은 민주당만 집중적으로 공략해도 절반의 성공을 가져간다. 실제 2017년 이후부터 중국 공산당의 우리 국회, 의원, 학자, 전문가 등과 가진 일련의 교류 활동과 사업은 모두 민주당과 민주당 관련 인사에만 집중되어 있다. 국민의힘(미래한국당)과는 교류 행사 자체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공산당은 우리 정계를 갈라치기하는 데 이미 반절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리고 이런 중국의 흑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민주당은 중국의 고위급 인사와 연구기관, 시민단체 등과 연계해 교류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가고 있다. 더구나 이런 행사에 참석하면서 중국을 기쁘게 할 발언만 비상식적으로 남발 중이다. 2015년 8월 중국을 방문한 민주당 출신 서울 시장은 중국의 성장에 편승하면 우리에게도 이익이라며 “파리가 1만리를 가는데 날아갈 순 없지만, 말 궁둥이에 딱 붙어 가면 갈 수 있다”라는 낯 뜨거운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민주당의 낯부끄러움은 대통령에까지 이어졌다. 2017년 12월 15일 베이징대를 방문한 우리 대통령은 우리를 작은 봉우리에, 중국은 큰 산에 비유하면서 중국의 포용을 공개적으로 호소하였다. 그러면서 중국의 꿈이 모든 인류의 꿈이 되길 희망한다는 것도 잊지 않고 강조했다. 그리고 3일 뒤, 우리의 신임 주중대사는 신임장을 받는 자리에서 ‘만절필동 공창미래(萬折必東, 共創未來)’라는 문구를 방명록에 남겼다. ‘만절필동’의 문헌적 의미는 ‘(황하의) 강물이 일만 번을 굽이쳐 흐르더라도 반드시 동쪽으로 흘러간다’이다. ‘일이 곡절을 겪어도 이치대로 이루어진다’라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문구의 역사적 유래에서 보면 이는 ‘천자를 향한 제후들의 충성’을 뜻한다. 16세기 말 임진왜란이 종결된 이후 조선의 선조는 원군을 파병해 준 명나라에게 직접 감사의 뜻을 담아 주문(奏文)을 올렸는데, 여기서 적은 문구가 바로 “만절필동, 재조번방(萬折必東, 再造藩邦)”이었다. ‘황하가 결국 동으로 흐르듯, (명나라가) 제후의 나라(조선)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라고 명나라를 칭송하는 것이다. 결국, 이는 명나라를 향한 조선의 변함없는 충성 서약이었다.
우리나라 최고지도자라는 이들이 이렇듯 부지런하고 거침없이 중국 찬양을 뱉어내는데, 그 수족들이 한 발언은 더 찾아보거나 언급할 필요도 없다. 이들에게 국민의 자존심이나 국가의 명예는 안중에도 없다. 중국의 주장을 ‘성경(Bible)’으로 받드는 이들의 언행은 수치스럽기 짝이 없다. 2019년 7월 일본의 반도체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제한 조처가 내려지자, 이들은 항일 의병을 일으켜야 한다며 ‘일본 경제 보복 대책 특별위원회’의 가동을 촉구하였다. 그러나 정작 2016년부터 우리를 제재하는 중국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못하는 위선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친중이 곧 반일이라는 공식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밖에 중국의 꿈을 추앙하다 못해, 중국이 추진하는 국책 사업을 우리나라 정부 정책과 연계하기 위해 억지를 부리기가 부지기수다.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당시 정부가 추진한 ‘신남방정책’과 ‘신북방정책’을 연계하려는 발언이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는 당시 중국이 주장하는 일대일로 사업을 여과 없이 전면적으로 수용한 결과다. 앞 장에서 이미 보았듯,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은 순수한 경제 건설 사업이 절대 아니다.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은 군사 전략의 면모를 갖춘 사업이기에 외국과 협력할 수 없는 내재적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 의원들은 일대일로 사업 협력이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확신에 찬 발언으로 국민의 눈을 속이려 한다. 중국의 비위를 맞추는 데 급급한 이들의 발언은 중국을 향한 사대주의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이런 민주당과 민주당 의원을 중국은 왜 감싸려고 하는지, 우리의 냉정한 성찰이 필요하다.
‘코로나 19’가 창궐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20년 2월 3일에 우리 대통령은 ‘중국의 어려움이 바로 우리의 어려움’이라며 중국에 ‘감성팔이’를 하고 나섰다. 중국에 대한 그의 감성은 취임 직후 3년 동안 틈만 나면 강조하였던, 우리나라와 중국은 ‘운명공동체’라는 사상에 기반을 두었다. 우리나라 위기 사태의 책임을 중국에 전가하지 말라는 것이 핵심이었다(당시 우리 정부의 구체적인 저자세 외교는 본지 2020년 2월 13자 “[주재우의 프리즘] 한.중 운명공동체? 전염병 끝나면?” 참조).
중국은 우리나라가 자신들에게 예속·복속·종속되길 바라고 있다. 이것은 중국이 현재 추진하는 ‘중국몽(중국의 꿈)’의 일환이다. 100년 전에 누리던 중화민족의 부흥과 영예를 회복하는 데 한반도는 화룡점정과 같은 위치에 있다. 그럼 중국은 중앙아시아에서 인도차이나반도에서 동남아를 거쳐 한반도까지 아우르는 중화질서와 조공체계의 옛 영예의 재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미 이들 지역과 국가는 사회주의 국가이거나 사회주의 국가 출신, 그리고 중국의 영향권 내에 예속된 나라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남은 건 대한민국 하나뿐이다. 중국의 영향력 공작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이고 우리나라 정치 지도자가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친북, 종북, 친중, 반미, 반일 세력 간의 정파 싸움의 소용돌이에 빠져 나라가 양분화되면서 또다시 구한말 시대의 말로의 덫에 빠질 수 있다. 우리가 혼란에 빠졌던 100년 전 중국은 쇠퇴한 무력한 나라였다. 국력이 강해진 오늘날의 중국은 이런 기회를 두 번 다시 놓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그들의 노림수다.
주재우 필자 주요 이력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Sam Nunn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Visiting Associate Profess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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