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골프史] 43세에 마스터스 정복 '벤 크렌쇼' 값진 눈물 뒤엔 15번째 클럽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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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입력 2024-04-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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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창한 일요일 흰색 모자에 화려한 티셔츠를 입은 중년 프로골퍼가 18번 홀 그린에서 마지막 퍼트에 성공하고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렸다.

    크렌쇼는 그 덕분에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같은 빠른 그린을 마스터할 수 있었다.

    크렌쇼는 페닉의 장례를 치르고 마스터스에 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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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드럽고 쉬운 퍼팅 스트로크' 스승 하비 페닉 가르침 덕 우승

전설적인 골프 교습가이자 베스트셀러인 하비 페닉이 자신의 책 리틀 레드북을 들고 사진 촬영 중이다 사진하비 페닉 누리집
전설적인 골프 교습가이자, 베스트셀러인 하비 페닉이 자신의 책 리틀 레드 북을 품에 안고 사진 촬영 중이다. [사진=하비 페닉 누리집]
1995년 4월 9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화창한 일요일 흰색 모자에 화려한 티셔츠를 입은 중년 프로골퍼가 18번 홀 그린에서 마지막 퍼트에 성공하고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렸다.

43세 2개월 29일의 나이에 마스터스를 정복한 그의 이름은 벤 크렌쇼. 그는 그린 재킷(마스터스 우승 부상)을 입고 "이번 주는 정말 감동적이다. 나에게는 15번째 클럽이 있다. 그것은 하비 페닉이다. 페닉이 없었으면 나와 우승도 없었다"고 말했다.

프로골퍼는 규정상 14개의 클럽을 들고 다닌다. 15번째 클럽이라는 것은 그만큼 소중하고 듬직한 존재라는 것이다.

크렌쇼는 페닉의 제자다. 마스터스를 앞둔 페닉은 크렌쇼를 자주 찾아 도움을 요청했는데, 페닉은 당시 와병 중이었음에도 크렌쇼에게 "퍼터를 가져오라"고 할 정도로 가르침에 열정을 보였다. 1995년 4월 2일 9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도.

페닉은 크렌쇼에게 그린 위에서의 부드럽고 쉬운 퍼팅 스트로크를 가르쳤다. 크렌쇼는 그 덕분에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같은 빠른 그린을 마스터할 수 있었다.

크렌쇼는 페닉의 장례를 치르고 마스터스에 출전했다.

크렌쇼는 마스터스 우승 당시 예민하고 어렵기로 유명한 L자 퍼터를 쥐고 있었다. 나흘 내내 3퍼트는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벤 크렌쇼가 1995년 마스터스 토너먼트 우승 직후 눈물을 보이고 있다 크렌쇼는 대회 직전 자신의 스승을 떠나 보냈다 사진AFP·연합뉴스
벤 크렌쇼가 1995년 마스터스 토너먼트 우승 직후 눈물을 보이고 있다. 크렌쇼는 대회 직전 자신의 스승을 떠나보냈다. [사진=AFP·연합뉴스]
제자의 두 번째 마스터스 우승을 보지 못한 페닉은 1904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태어났다. 

골프는 8세 때 오스틴 컨트리클럽에서 시작했다. 텍사스대 골프 코치를 거쳐 1932년부터는 톰 카이트, 크렌쇼, 미키 라이트, 베스티 롤스 등 유명 프로골퍼를 가르쳤다.

작가로 활동한 것은 1992년부터다. 선수들을 가르치던 경험을 살려 <리틀 레드 북>을 공동 집필했다. 이 책은 골프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남았다. 그가 쓰던 나머지 세 권은 사후에 발간됐다.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것은 2002년이다. 페닉의 또 다른 제자인 카이트는 "페닉은 자주 '테이크 데드 에임'이라고 말했다. 오직 목표만을 생각하라는 그의 가르침"이라고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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