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치권을 뒤흔든 집권 자민당의 비자금 스캔들이 ‘기시다는 빼고, 아베파는 엄벌’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된 의원 82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39명이 징계 처분될 전망이지만 현지 매체들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이어질 것으로 전했다.
2일 아사히신문과 NHK 등에 따르면 자민당 집행부는 비자금 조성 문제와 관련해 아베파와 니카이파 39명에 대한 징계 방침을 굳혔다. 2018~2022년 정치자금수지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금액이 500만엔(약 4460만원) 이상인 의원과 정치 불신을 초래한 옛 파벌 간부 등이 대상이다.
처분 대상에는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가 36명으로 가장 많으며, 나머지 3명은 ‘니카이파’ 소속으로 활동한 의원이다.
NHK는 “아베파 간부인 시오노야 류 전 문부과학상, 세코 히로시게 전 참의원(상원) 간사장에게는 탈당을 권고하는 방향으로 조정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밖에도 시모무라 하쿠분, 니시무라 야스토시 등 간부에 대해서도 탈당 권고가 내려질 전망이다. 탈당 권고는 제명에 이어 두번째로 무거운 징계다.
또한 아베파 사무총장을 지낸 마쓰노 히로카즈 전 관방장관, 다카키 쓰요시 전 국회대책위원장, 하기우다 고이치 전 정조회장 등에 대해서도 무거운 징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원 자격 정지, 선고 공천 제외 등의 처분이 검토되고 있다.
반면 기시다 총리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니카이 도시히로 전 자민당 간사장은 징계대상에서 제외됐다. 정치자금 보고서 부실 기재액이 500만엔을 넘지 않아 징계 대상에서 포함되지 않은 40여명에 대해서는 주의를 줄 계획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당초 기시다 총리도 징계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 검토됐다.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10~20%대에서 답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셀프 징계’ 카드를 통해 국면 돌파를 꾀하려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직 총리에 대한 처분이 몰고 올 여파를 우려해 기시다 자신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는 자민당이 차기 선거 등을 고려해 일부 의원들을 엄벌하면서도, 당 총재인 기시다 총리가 처벌 대상에서 빠졌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총리 관저 내부에는 비자금 사건에 대해 당 총재로서의 감독 책임을 지는 방안도 존재한다”고 전했다.
니카이 전 간사장의 경우 부실 기재 금액이 3526만엔(약 3억1천만원)으로 가장 많음에도 불구하고 징계 대상에서 제외됐다. '니카이파' 수장인 그를 징계할 경우 '니카이파' 전체에 대한 징계로 받아들여져 당내 갈등이 확산될 우려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 내 ‘아베파’와 ‘니카이파’ 등 일부 파벌은 정치자금 모금 행사(파티)를 주최하면서 '파티권'을 할당량 이상 판 소속 의원들에게 초과분의 돈을 다시 넘겨주는 방식 등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왔다. 해당 초과분은 파벌의 정치자금 보고서 등에 기재하지 않고, 의원 측에 ‘킥백(사례금)’으로 전달됐다.
도쿄지검은 파티권 판매 미기재액이 많은 국회의원 3명과 파벌 회계 책임자 등을 기소했고, 자민당 6개 파벌 중 4개는 해산을 결정했다. 하지만 대부분 의원들은 법적 처벌을 피했고 회계 책임자만 기소돼 당 안팎에서 비판이 제기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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