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여부가 당초 예정됐던 시기를 넘겨 이달께 확정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대구은행의 불법계좌 개설 제재 결과가 시중은행 전환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지만 제재 이전에 전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정례회의에서 대구은행의 불법계좌 개설과 관련한 안건을 올리고 최종 징계 수위를 결정지을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월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이 사고 제재 수위를 중징계인 '기관 경고'로 결정하고 이를 금융위에 전달했다.
앞서 2021년 8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대구은행은 영업점 56곳에서 직원 113명이 고객 동의 없이 증권계좌 1600여건을 부당 개설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는 소위원회를 거듭하며 대구은행에 대한 최종 징계 수위를 고심하고 있다. 대구은행 직원들의 계좌 개설이 중대한 위반 행위인지, 단순한 절차 위반인지에 따라 제재 수위가 달라질 수 있어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사 제재는 등록·인가 취소, 영업정지, 시정명령, 기관경고, 기관주의 등으로 분류돼 있는데 금융위는 대구은행 제재를 금감원 원안보다 감경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대구은행 제재 수위가 지연되면서 시중은행 전환에도 시일이 걸리고 있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1분기 내 시중은행 전환 여부가 확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은행업 인가는 은행·임직원이 아닌 대주주 심사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전환 절차도 예비인가를 생략하는 방식으로 간소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국에서는 불법 계좌 개설 책임을 묻지 않고 시중은행 전환을 결정하면 윤리적·정서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판단을 미루기로 했다. 문제의 임원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내부통제 장치가 제대로 마련됐다고 보기 힘들고, 도의적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심사 과정에서 내부통제 이슈가 불거질 우려도 있다. 은행업 인가 세부 심사요건으로는 △대주주 자격 △사업계획의 타당성 △임원 자격 등이 있는데 타당성 항목에서 내부통제와 준법감시, 리스크 관리 체계 등을 들여다본다. 불법 계좌 개설 사태로 현직 임원들이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당국은 임원의 자격 요건도 엄격하게 살펴볼 방침이다.
금융위는 대구은행에 대한 제재 수위가 결정되면 이후 정례회의에서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안건에 대해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은행법상 인가 심사는 접수일로부터 3개월인 만큼 5월 7일까진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인가와 불법 계좌 개설 제재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불법 계좌 개설은 금융실명법을 위반한 중대한 범죄로 분류되는 만큼 제재에 앞서 시중은행 전환을 결정짓기는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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