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저가 공세에 미국, 유럽 등 태양광 기업들이 벼랑 끝에 몰렸다. 각국 정부의 보조금 퍼주기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중국의 저가 폭격을 버티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 패널 공급량이 올해 말까지 1100기가와트(GW)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수요 전망치의 3배로, 중국의 덤핑 폭격이 공급 과잉을 주도하고 있다.
유럽 태양광 업계는 연일 유럽연합(EU) 차원의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중국산 태양광 패널이 시장을 잠식하면서 조만간 산업 전체가 뿌리째 흔들릴 것이란 공포다.
이에 EU 집행위원회는 태양광 패널 업계 내 불공정 관행을 조사하고,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들이 EU의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FT는 이 수준의 지원만으로 유럽 태양광 업계가 살아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중국에서 유럽 판매용 태양광 패널을 생산하는 이탈리아 퓨추라선은 2월 춘제(중국의 설) 연휴를 맞아 통상 일주일이었던 휴업 기간을 3주로 늘렸으나, 아직도 재고가 넘친다.
청정에너지 리서치 기관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NEF)에 따르면 태양광 패널 가격은 3월 말 기준으로 와트당 11센트로, 전년 동기 대비 가격이 절반 가량 폭락했다. 관련 업계가 보는 가격 ‘레드라인’은 와트당 15센트다. 이미 가격이 레드라인 밑으로 하락한 것이다. 그러나 제조업체들은 재고 소진을 위한 경쟁이 더욱 가열되면서 패널 가격이 앞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봤다.
유럽 태양광 제조 협의회(ESMC)는 지난달 긴급 지원을 촉구하면서, 유럽 태양광 패널 업계의 도미노 파산이 시작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프랑스 태양광 패널 제조사 시스토비, 프랑스 에너지 회사 EDF 산하 포트와트 등은 중국산 덤핑으로 인해 구매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르웨이 REC 그룹은 지난해 11월 태양광 패널 핵심 재료인 폴리실리콘 생산 공장의 문을 닫았다. 스위스 마이어 버거 테크놀로지는 유럽 내 최대 규모 공장 중 하나인 독일의 태양광 패널 공장을 폐쇄하고 미국 내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문제는 IRA에도 불구하고 미국 태양광 산업 역시 침체일로라는 점이다. 중국 기업이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생산한 태양광 패널이 미국산보다 싸다. 하물며 이들 수입산에는 관세도 부과됐다. 빌 게이츠가 지원하는 태양광 기업 큐빅PV는 8기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패널 공장 건설 계획을 최근 취소했다.
중국 주요 태양광 기업들마저 공급 과잉에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 최대 패널 생산업체 중 한 곳인 중국 룽기 친환경 에너지 기술은 최근 직원 수천명을 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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