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의 오폭으로 국제 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의 구호 요원 7명이 사망한 것과 관련해 국제 사회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의 드론 공격으로 영국인 3명, 미국·캐나다 이중국적자 1명, 호주 및 폴란드 국적자 각 1명, 팔레스타인 1명 등 WCK 소속 직원 7명이 숨졌다.
전날 저녁 이들 구호요원은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 창고에서 100톤(t) 이상의 식량 구호품을 내린 후 차량 3대를 타고 이동하다가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아 사망했다.
구호 요원들이 탑승한 차량 중 2대에는 WCK의 로고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군과도 이동 경로 등을 조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WCK는 2010년 지진이 발생한 아이티를 돕기 위해 음식을 보낸 것을 기점으로 시작된 구호단체다.
이스라엘군은 오폭을 인정했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영상 성명을 통해 “의도치 않게 우리 군이 가자지구에서 비전투원들에게 피해를 준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며 “우리는 철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각 정부와도 접촉하고 있다.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오폭 사건으로 가자지구 내 인도주의적 지원은 더욱 약화될 전망이다. WCK와 WCK의 협력 기관인 아네라는 인도주의적 활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옥스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이후 최소 27명의 아동이 영양실조로 사망하는 등 가자지구는 극심한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에린 고어 WCK 대표는 식량이 전쟁 무기로 사용되는 매우 끔찍한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발생한 점을 짚으면서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한 이후 가자지구에서 200명 이상의 인도주의 활동가들이 사망했다. 이는 다른 분쟁들에 비해 사망자 수가 평균 3배나 많은 수준이다.
이스라엘의 동맹인 미국, 영국 등은 이번 사건에 분노하며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네타냐후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이번 사망자에 영국인 3명이 포함됐다는 사실에 영국 사회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낵 총리는 철저하고 투명한 독립적인 조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역시 네타냐후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분노와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고의로 구호 요원들을 겨냥했다는 증거는 없다면서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 구호 요원의 안전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성명을 통해 "어제 가자지구에서 미국인 1명을 포함해 WCK 소속 직원 7명이 사망한 것에 격분한 상태이며 비통하다"며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은 WCK 직원 차량이 공습받은 이유를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그 조사는 반드시 신속하게 이뤄져야 하고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며 결과는 반드시 공개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WCK 설립자인 유명 셰프 호세 안드레스에게 전화를 걸어 애도를 표하고, 구호 요원을 보호도록 이스라엘을 압박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나라들인 호주, 영국 등이 모두 구호 요원들을 보호할 것을 요구했다”며 “이는 네타냐후의 외교적 고립이 점점 더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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