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신규고객에 한해 연 7% 수익률 RP형 상품을 특별 판매하고 있다. 한도는 300만원이지만 주식 매수를 위한 대기자금에 높은 이자를 준다는 소문에 가입자들이 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기존과 신규 고객 상관없이 한도를 정하지 않고 3.15%의 원화 이자 수익을 제공하고 있다. 예탁금이 300만원이 넘는 경우라면 대신증권의 7% 특판 상품보다 더 이익이 높다. 여기에 더해 타사 증권사 계좌를 메리츠로 이전할 경우 종목당 2000원, 최대 월 2만원을 준다.
종합계좌 예탁금 제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페이는 연간 30만원에 한해 연 5%, 100만원까지는 2.5%의 예탁금 이자를 지급하고 있다. 토스증권은 기간, 한도 상관없이 1%의 예탁금 이용료율을 투자자들에게 지급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국내 증권사 CMA 잔고 규모는 81조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CMA 잔고는 62조원이었다. 1년 만에 19조원(30%)이 늘었다.
‘CMA는 증권사가 투자자로부터 예탁금을 받아 안정성이 높은 국공채나 양도성예금증서(CD), 단기 회사채 등의 금융 상품을 운용하여 수익을 내는 금융 상품이다. 투자 대상에 따라 환매조건부채권(RP형)·MMF형·발행어음형, MMW형, 종합금융형으로 나뉜다.
이 중 RR형의 경우 같은 기간 기존 25조원에서 32조원으로 22% 늘어나며 가장 크게 증가했다. 반면 머니마켓펀드(MMF)형은 2조원에서 3조원, 발행어음형은 14조원에서 18조원, 22조원에서 28조원으로 늘었다. RP는 약정된 수익률(약정 금리)로 수익을 지급한다. 국채, 우량회사채 등을 편입하는 상품이다. 고금리 시기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식을 사지 않고 증권사 계좌에 돈만 넣어둬도 은행 계좌 대비 이득이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CMA 통장 출시에 열을 내는 이유는 리테일 경쟁에 따른 고객 유치를 위해서다. 최근 증권사들이 부동산(해외대체투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비롯해 투자은행(IB) 등에서 손실을 보면서,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직접 판매 경쟁에 나서고 있다.
수년전 '동학개미운동'으로 주식시장에 뛰어든 개인투자자 수가 1400만명을 넘어섰지만 그 이후 소폭 감소하는 등 정체를 보이고 있다. 이렇다 보니 기존 고객들을 빼앗아 오기 위해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이 발표한 ‘2023년 12월 결산 상장법인 주식 소유자 현황’에 따르면 작년말 주식 소유자(중복소유자 제외)는 1416만명으로 집계, 전년 대비 1.7%(25만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이후 주식 소유자 규모가 감소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투자 인구는 코로나19 여파로 급등세를 보였다. 2019년까지만 해도 투자인구는 600만명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초기였던 2020년 919만명으로 시작해 주식 호황기였던 2021년 1384만명, 2022년 1440만명까지 증가, '동학개미' 신드롬까지 일어나며 국내 증시는 전성기를 보냈다.
이 같은 리테일 경쟁이 각 사는 물론 증권업계에 체리피커(혜택만 챙기는 투자자)만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1~2% 차이가 증권사의 수익을 만든다. 대형 증권사 같은 경우 현재 수천억원의 수익을 포기하고 있는 셈"이라며 "신규 고객에게만 혜택을 주는 증권사의 경우, 기존 고객과의 차별도 문제다. 체리피커만 양산하고 실속은 차리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관계자는 "주식 이용자 수 정체로 이제는 새로 진입할 신규 고객이 별로 없다"며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한 특판 상품 출시는 이제는 서로 고객 뺏어오기에 불과해 장기적으로는 업계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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