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신탁사의 책임준공형 (책준형) 신탁 사업장은 지난해 9월 기준 1139곳에 달한다. 수탁액은 2020년 12월 말(8조4000억원)보다 2배가량 늘어난 17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부동산 경기 악화로 시공사가 준공을 다 못하면서 책임준공의 의무를 져야 하는 신탁사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월부터 9월 말까지 시공사가 채무를 인수한 사업장 수는 26곳이며 채무가 신탁사로 넘어온 것도 4곳에 달한다.
앞서 부동산 활황기 사업장에 대한 위험을 낮게 평가한 신탁사는 통상 1~2% 내외의 수수료를 받고 적극적으로 책준형 신탁 계약을 늘려왔다. 통상 책준형은 자체 신용도가 낮은 지역 중소건설사가 시공사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 경기만 좋다면 수익이 보장되는 효자 사업이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 급랭으로 곳곳에서 공사를 포기하는 중소형 건설사가 늘면서 책준형 계약은 이제 신탁사의 목을 죄는 위협으로 돌변했다. 건설산업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누적 종합건설사 폐업 신고는 134건으로, 부동산 경기가 좋았던 2022년 1~3월 72건과 비교하면 2배가량 늘었다.
책임준공 의무 위반을 이유로 PF 대주단의 손해배상 소송도 시작됐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원창동 물류센터 PF 사업장의 대주단은 총 575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신한자산신탁에 청구했다. 전국의 책준형 신탁 사업지에서 손해배상 소송이 번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금융지주의 도움을 받아 자금확보에 나선 신탁사도 있다.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각각 2000억원, 2100억원의 자금을 신한자산신탁과 우리자산신탁에 투입했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지금이 문제 발생 시점이라는 것”이라며 “올해만 해도 문제가 되는 사업장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며, 버티기 힘든 신탁사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모든 책임을 신탁사가 져야 하는 상황에서 일부 신탁사들은 밑져야 본전으로 책임 대신 대주단과 소송을 통해 책임을 줄이려는 움직임도 보이는 중”이라며 “추후 대주단 등으로 사업 리스크가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