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연립, 다세대 등 빌라 12만 가구에 대한 역전세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동주택 공시가 변동률은 상승으로 돌아섰지만 전세사기 역풍을 맞은 빌라는 공시가격이 내려간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빌라의 경우 작년 공시가격 하락,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전세보증) 가입 기준 강화 등으로 전셋값이 급락해 '역전세'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1.52% 상승했다. 지난해 역대 최대로 내려간 뒤 올해는 상승으로 돌아섰다. 다만 빌라로 분류되는 연립·다세대 공시가는 올해 대부분 내려간 걸로 파악된다. 공시가는 한국부동산원이 개별로 책정한 시세에다 시세반영률(올해 동결)을 곱해 산출한다. 지난해 전국 평균 빌라 실거래가지수는 1%가량 하락했고, 서울은 보합 수준에 머물렀다.
공시가격 하락은 임대보증금 보증보험 한도 문제로 이어진다. 전세보증보험의 한도는 공시가를 기준으로 책정된다. 지난해 정부는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 빌라 전세에 대해 HUG의 전세보증보험 가입 요건을 개선했다.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 100% 이하에서 90% 이하로, 주택 가격 산정 시 공시가 적용 비율을 기존 150%에서 140%로 하향 조정한 결과 공시가의 126%(공시가격 적용 비율 140%×전세가율 90%)까지만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전셋값을 유지할 수 있는 매물들도 보험 가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기존보다 가격을 더 내려야 하는 '역전세'가 발생했다.
올해도 유사한 우려가 커진다. 공시가격이 큰 폭은 아니더라도 하락하면서 전셋값을 더 낮춰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에 따르면 이미 올해 전세 계약 갱신 예정인 수도권 빌라 12만2087가구 중 66%가 2년 전과 동일한 금액으로는 전세보증 가입이 불가능한 역전세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다. 이는 근저당권 등 선순위 담보채권이 아예 없는 것을 가정한 수치로, 일부 선순위 채권이 있을 것을 감안하면 전세보증 가입이 불가한 주택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시세와 공시가격 차이가 계속 확대되면 공시가가 떨어질 때마다 역전세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또한 공시가가 하락하면서 전세보증보험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무주택 임차인의 주거 환경도 악화할 수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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