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지진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글로벌 정치 불확실성 확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하 후퇴 우려 등 한국 수출산업에 대한 불안한 요인들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1분기 기업 실적 시즌이 본격 개막했다. 오랜 불황의 터널을 지난 반도체와 K-수출 효자품목으로 급부상한 자동차는 '맑음'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이차전지는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올해 극심한 실적 가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자동차 '맑음', 항공산업도 '기지개'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71조원, 영업이익 6조6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37%, 931.25% 증가한 수치다. 삼성전자 분기 매출이 70조원대로 올라선 것은 2022년 4분기 이후 5개분기 만이다. 영업이익도 시장 전망치 5조원대를 크게 상회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도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증권업계 컨센서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1분기 매출 11조9850억원, 영업이익 1조5056억원으로 추정된다. 추정치대로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흑자전환 성공에 이어 6개분기 만에 조단위 영업이익을 달성한다. 반도체 업황 개선과 함께 고부가 제품인 HBM 효과가 실적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매출액 전망치는 현대차가 39조669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 기아가 24조7029억원으로 4.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역기저 효과 부담에도 제네시스의 성장과 하이브리드차(HEV),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의 판매 호조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항공업계도 해외여행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면서 1분기 역대급 실적이 예상된다.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인천, 김포, 김해 등 8개 공항 국제선 운항편은 12만5454대, 이용객은 2160만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운항편(8만1891대), 이용객(1388만명)보다 각각 53.2%, 55.6% 증가한 수치로, 2019년 1분기에 이어 사상 최다 기록이다. 이에 힘입어 대한항공은 올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각각 19.4%, 5.3% 늘어난 4조2887억원, 511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수요둔화, 시황 악화...배터리·철강은 '울상'
반면, 올 1분기 국내 배터리 업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전기차 수요 둔화 여파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5일 올해 1분기 매출액 6조1287억원, 영업이익은 1573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9.9%, 영업이익은 75.2% 감소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혜택 1889억원을 제외하면 316억원 적자다. 유럽 내 전기차 수요가 급격히 위축된 영향이 크다.
삼성SDI의 1분기 실적도 악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SDI의 1분기 실적 추정치는 매출 5조2098억원, 영업이익 2442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1%, 34.94% 낮은 수준이다. SK온 역시 영업적자 376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4분기(영업손실 186억원)보다 손실 규모가 대폭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철강업계도 시황 악화로 실적 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분위기다.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1분기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됐다. 이베스트증권은 포스코홀딩스가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5175억원을 거둔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시장기대치인 6950억원을 25% 하회했고, 2023년 1분기와 비교해 26.6% 줄어들었다.
현대제철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136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4분기에 2291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뒤 3개월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 3339억원보다는 59.2% 줄어든 수준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