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의 경직된 조직 문화를 개선하고 민간의 합리적 시스템을 이식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개방형 직위 제도가 모호한 규정과 불합리한 처우 등으로 논란을 낳고 있다.
특히 공공부문 내 장기 근속이 불가능한 식으로 제도가 운용돼 민간 전문가의 추가 유입은커녕 기존 전문가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공직 사회와 공공부문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일정 기준을 갖춘 민간 전문가를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개방형 직위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인사혁신처의 '개방형 및 공모 직위의 운영 등에 관한 규정'을 보면 이전 경력 중 개방형 직위 임기제가 아닌 공무원 경력이 있는 경우 그 해당 경력의 퇴직일로부터 3년이 경과해야 응모할 수 있다고 명시해 놨다.
민간 전문가가 공직이나 공공부문으로 옮기는 경로는 주로 두 가지로 경력 개방형과 전문계약직이다. 경력 개방형은 계약 기간이 끝나도 다른 공공기관으로 옮겨 계속 일할 수 있다. 반면 전문계약직은 위 조항이 적용돼 3년이 지나야 다른 공직이나 공공부문 자리를 맡을 수 있다.
전문계약직은 특수 분야의 지식·기술 등이 요구되는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채용되는 계약직 공무원으로 변호사와 회계사, IT 엔지니어, 홍보 전문가 등이 대표적이다. 공공부문에서 활동하는 규모와 비중이 경력 개방형보다 훨씬 크다.
결국 공공부문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영입한 전문가를 3~5년 정도 활용한 뒤 다시 민간으로 떠나 보내는 식으로 제도가 운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한 공기업에서 홍보 담당 전문계약직으로 근무 중인 B씨는 "채용 조항이 경력 개방형과 유사해 재취업 제한 여부를 모른 채 입사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라며 "급여 수준이 좀 낮더라도 사명감과 직업적 안정성을 염두에 두고 공공부문으로 이직한 민간 인재를 내치는 불평등 조항"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공공기관의 전문계약직 C씨는 "복리후생과 퇴직금, 인사고과 등에서 별도로 관리되고 전체 정원 수에서도 배제되는 등 정직원과 다른 처우를 받고 있다"며 "여기에 경력 단절까지 더해진다면 누가 공공부문으로 와서 민간의 노하우를 전수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 제도와 규정 변경을 요구하는 민원이 빗발치지만 주무 당국은 손을 놓고 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민간 인재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 현직자 응시를 제한하는 것"이라며 "당장 경력 개방형 응모 자격을 전문계약직까지 확대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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