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실손보험을 둘러싸고 생명·손해보험업계 간 영역다툼 전조 기류가 흐르고 있다. 인구 고령화 추세에 맞춰 요양서비스를 실손으로 보장해주는 상품을 손보업계가 준비 중인 가운데, 생보업계도 해당 상품이 제3보험 영역에 속한다며 관련 시장 진출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보험권 일각에선 중복가입 금지 등 해당 상품에 대한 표준화 작업을 선행, 요양실손에 대한 업권 과열 경쟁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보업계는 최근 요양실손 상품 판매에 대한 법령해석을 금융당국에 요구했다. 실손보험의 경우 통상 손해보험 영역이지만 '제3보험'에 속할 수 있는지를 두고 문의를 한 것이다. 간병·상해·질병 등의 비용을 보전하는 실손의 경우 생손보업계가 모두 취급할 수 있는 제3보험에 속하게 되는데, 생보업계는 요양실손이 간병보험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손보업계는 '실손은 말 그대로 실제 손해를 보장하는 자신들의 고유 보장 영역'이라며 맞서고 있다. 요양서비스 등을 비용으로 보전하는 만큼 생보업계의 겸영 판매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손보업계에선 현재 DB손해보험만이 관련 상품을 출시한 상황이다. DB손보는 지난해 8월 해당 상품을 내놨으며, 당시 손보협회로부터 6개월의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한 바 있다. 이에 보험권에선 배타적사용권 기간이 만료되는 올해부터 손보업계의 관련 상품 출시가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생보업계는 생손사 모두 판매가 가능해질 경우 과열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특히 과잉진료로 실손 보험금 누수가 심각한 상황에서 해당 상품이 양 업권에 풀릴 경우 실손 손해율 역시 급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113% 수준으로 100%를 넘어선다. 이는 보험료로 100원을 받아 보험금으로 가입자에게 113원을 줬다는 얘기다.
때문에 보험업권에서는 당국·업계간 해당 상품에 대한 표준화 작업 논의가 신속히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요양 등급별로 어느 정도 보장이 이뤄져야 하는지, 자기부담금은 몇%로 하는 게 적정한지, 중복가입 금지 등등의 표준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작업 없이 당국이 겸영판매를 허용할 경우 업권간 과열경쟁에 따른 시장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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