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상임감사가 모두 금융감독원 출신의 낙하산 인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고위직이 본인이 관리·감독하는 업계로 재취업하는 관행은 향후 부실 감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내부통제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5곳(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지방은행 5곳(부산·경남·대구·광주·전북) 등 총 10개 은행 모두 상임감사를 금감원 출신이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경남은행에서 3000억원 규모의 횡령 사고가 발생하는 등 은행권 전반에서 대형 금융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부실 감독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한 책임론으로 올해 일부 상임감사 교체가 있었지만 이번에도 금감원 출신이 독식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부산은행은 지난달 정기주주총회에서 정인화 전 금감원 핀테크혁신실 현장자문단장을 상임감사로 임명했다. 정 전 단장은 IT감독실장, 개인정보보호 단장 등을 역임하고 2020년 퇴임했다. 직전까지 SBI저축은행에서 상근감사를 맡았다.
경남은행도 금감원 출신이면서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진성 전 수사관을 차기 상임감사로 내정한 상태다. 최종 선임까지는 시일이 걸려 현재는 금감원 분쟁조정국장 출신의 황대현 상임감사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구은행은 안병규 전 금감원 경남지원장을, 광주은행은 윤창의 전 금감원 부원장보를 상임감사로 발탁했다. 전북은행은 오승원 상임감사의 연임이 확정됐다. 오 상임감사 역시 금감원에서 은행담당 부원장보를 지낸 인물이다.
시중은행 5곳의 상황도 똑같다. 김영기 전 금감원 은행담당 부원장보(국민은행), 유찬우 전 금감원 부원장보(신한은행), 민병진 전 금감원 부원장보(하나은행), 양현근 전 금감원 부원장보(우리은행), 고일용 전 금감원 국장(농협은행) 등이 상임이사로 자리하고 있다.
금감원 출신이 은행권 상임감사를 '싹쓸이'하는 것은 이미 오랜 관행으로 굳어졌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은행권에서 배임·횡령 등 금융사고가 계속되면서 이를 감시할 감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금감원 퇴직자가 감사 자체보다 금감원과의 소통 창구 역할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금감원 출신 임원을 영입한 은행은 그렇지 않은 은행보다 감독 당국의 제재를 받을 확률이 16.4%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이는 금감원 출신자를 고용하는 것만으로 제재 회피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사 내부통제 부실 논란이 이어지면서 금감원 출신 인사들로부터 감사 업무와 관련한 전문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해졌다"며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강화를 강조할수록 당국과의 소통이 원활한 금감원 올드보이를 찾는 수요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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