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모두 인터넷전문은행과의 합종연횡을 시작할 전망이다. 유일하게 인터넷전문은행 보유 지분이 없었던 신한은행이 제4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하면서다. 같은 은행업임에도 디지털 역량 확대 등 두 업종 간 니즈(수요)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국내 4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컨소시엄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전사적자원관리(ERP) 전문 기업 더존비즈온은 인터넷전문은행 ‘더존뱅크’ 설립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양사는 지난해 7월부터 컨소시엄 구성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왔다.
이미 신한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들은 기존 인터넷전문은행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에 신한은행의 이번 컨소시엄 참여는 사실상 확정적이라고 금융권은 보고 있다. 앞서 신한은행이 2021년 더존비즈온과 업무협약을 맺고, 지분 1.97%를 확보하는 등 우호적 관계를 이어온 점도 컨소시엄 참여를 유력하게 보는 이유 중 하나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카카오뱅크 4.88%, 케이뱅크 12.6%의 지분을 갖고 있다. 또 하나은행은 토스뱅크 8.99%를 보유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의 경우 직접 가진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은 없지만, 금융지주 계열사 NH투자증권이 케이뱅크 지분 5.52%를 갖고 있다.
동일한 업종임에도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이 합종연횡하는 배경에는 서로 맞물린 니즈가 있다. 시중은행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인터넷뱅킹 사업의 노하우를 쌓는 등 디지털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려는 목적이 크다. 최근 은행업은 영업점을 줄이는 등 점차 비대면 채널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지난해 말 5대 시중은행의 국내 점포 수는 3926개로, 2019년 4661개에서 약 4년 만에 735개가 없어졌다. 자연스레 임직원 수도 줄고 있다. 같은 기간 임직원 수는 7만3671명에서 7만1847명까지 줄었다. 채용 규모 역시 상반기 기준 작년 1480명에서 올해 1060명으로 감소했다. 줄어든 인력만큼 인터넷뱅킹의 고객 유치 등 역할이 확대됐다는 의미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안정적인 자본력 확보를 위해 시중은행과 합종연횡을 택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이 되려면 최소 자본금 250억원이 필요하다. 금융당국의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심사에서도 안정적인 자금 조달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이미 대규모 자본력을 갖춘 시중은행의 지분 투자가 필요한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직접적인 협력은 아니지만,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간 서로 원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합종연횡이 이뤄지게 된 것”이라며 “시중은행은 인터넷뱅킹 등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전략적 지분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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