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극본 최수이·연출 박소연) 공개 후 장다아에 대한 냉담은 열화와 같은 관심으로 뒤바뀌었다. '백하린'의 장면마다 찬사가 쏟아졌고 클립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오르내렸다. 정말이지 짜릿한 반전의 데뷔였다.
"'장원영 언니'라고 소개되고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요. 사실 그보다 중요한 건 연기의 본질이라고 여겼어요. 그런 시선들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죠. '배우'라는 직업을 결정하고 구체화하며 스스로 정한 기준치에 도달하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여겼어요. 스스로와의 싸움이었죠."
장다아는 예원학교부터 서울예술고등학교까지 오랜 시간 무용을 전공했고 대학 역시 연기 계열 아닌 실용학문(이화여대 신산업융합대학)을 공부했다. 전문적으로 연기를 배운 건 아니었지만 오랜 시간 연기를 갈망해 왔고 배우를 꿈꾸며 조금씩 나아가기 위한 과정을 거치고 있었다.
장다아는 동생 장원영의 데뷔와 활동 과정을 지켜봐 오면서 연예계의 치열함을 실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배우로, 연기에 갈증을 느끼고 있었고, 작품으로 뛰어들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혀 결국 '배우'라는 직업에 나서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제가 연기를 하고자 하는 건 유명세를 얻기 위함은 아니에요. 연예인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기보다 그저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요. 빨리 연기가 하고 싶으니까. 하하. 제 꿈을 받아들이기로 한 거죠."
'피라미드 게임'은 한 달에 한 번 비밀투표로 왕따를 뽑는 백연여고 2학년 5반에서 학생들이 가해자와 피해자, 방관자로 나뉘어 점차 폭력에 빠져드는 잔혹한 서바이벌 서열 전쟁을 담고 있다.
장다아가 연기한 '백하린' 역은 '피라미드 게임'과 학교 폭력의 시작점인 인물이다. 등장부터 퇴장까지 다양한 면면들을 드러내는 입체적인 캐릭터다.
"저는 하린이 사이코패스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성장 과정에서 비틀어진 심성을 가지게 된 인간상이라고 생각했죠. 그렇기 때문에 그의 감정은 아주 세밀해야 했어요. 단순하게 A와 B를 보여드리는 게 아니라 A-1, A-2, A-3 식으로 단계적으로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고 판단했어요. 단순히 하린이를 사이코패스라고 정의 내리면 단조로울 수밖에 없으니까요."
박소연 감독은 다수의 매체 인터뷰를 통해 "장다아의 대본은 마치 '깜지'(종이가 까맣게 변할 때까지 메모를 적어넣는 공부법) 같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몰두했고 작은 디테일들을 채워 넣었다.
"'눈빛 연기가 좋았다'고 칭찬해 주시는데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고민이 많은 부분이었거든요. 하린이의 감정은 너무 숨겨서도, 너무 드러내서도 안 되었어요. 그 고민의 해결법으로 저는 '눈빛'을 선택했죠. 그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가늠할 수 없도록 (눈빛을) 비워냈어요. 후반으로 갈수록 눈빛을 조금 세게 느껴지게끔 변화시켰고 감독님께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셔서 (생각한 대로) 가기로 했죠."
드라마 말미 백하린이 성수지(김지연 분)에게 "도망쳐, 지금이야"라고 말하는 장면은 '피라미드 게임' 팬들이 꼽는 명장면이기도 하다. 장다아는 해당 장면이 "하린의 매력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며 고심 끝에 독특한 연기 톤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대본으로 봤을 때도 '하린의 매력 포인트가 될 수 있겠다'고 여겼던 장면이에요. 사실 일상에서 자주 쓰는 말은 아니잖아요. 이 대사에서 '말맛'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툭 던져보았는데 하린이스럽다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리허설 때 감독님과 동료들에게 보여드렸고 긍정의 표시를 해주셔서 장면을 만들어갔어요."
예상대로 쉬운 일은 없었다. 장다아는 대중의 차가운 시선을 긍정의 반응으로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었다. '피라미드 게임'을 통해 대중에게 '장원영의 언니'가 아닌 '배우 장다아'라는 이름을 각인시킨 그는 앞으로도 자신을 둘러싼 불신들을 깨나갈 계획.
"제가 연기를 배우면서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 건 '실제로 느끼지 못한 건 표현하려 하지 말자'는 거예요. 스스로도 보는 분들도 공감하지 못할 것 같아서요. 저는 많은 분의 '공감'을 얻는 배우가 되고 싶거든요. 하하하."
그는 실제 자기 모습이 반영된 캐릭터를 맡아보고 싶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백하린의 모습을 내려두고 밝고 쾌활한 제 모습이 담긴 역할을 맡아보고 싶다"는 설명이다.
"4차원 캐릭터나 명랑한 캐릭터들을 맡아보고 싶어요. 저를 편하게 쏟아붓고 거침없이 표현해 보고 싶어요. 제겐 분명 그런 모습들도 있거든요. 다음 작품은 백하린 캐릭터와는 다른 캐릭터나 색깔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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