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청명절 연휴에 중국 소셜미디어 광고를 도배한 건 이 같은 ‘디지털 부활’ 서비스였다. 중국에선 청명절이 되면 성묘나 벌초를 하며 먼저 세상을 떠난 가족들의 넋을 기린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배가되는 명절에 더욱 효과적인 광고인 셈이다.
중국에서는 디지털 부활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오픈AI가 텍스트를 동영상으로 만들어주는 인공지능(AI) 시스템 ‘소라(Sora)'를 공개한 이후부터다. 소라의 등장으로 전 세계적인 AI 열풍이 더욱 거세지자 중국 업계는 ‘AI 조급증’을 앓았고 각종 AI 기술을 쏟아냈다. 디지털 부활 서비스도 그중 하나다. 이전에는 고인의 ‘잊힐 권리’ 침해와 사이버 범죄 악용 우려 등 윤리적인 문제 때문에 관련 사업을 비밀스럽고 소규모로 영위했다면 이제는 소셜미디어에 광고할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한 오픈마켓에 등록된 디지털 부활 관련 사업체는 1900개에 이른다. 지난해 3월 중국 최초로 디지털 부활 서비스를 출시한 디지털 부활 서비스 전문 기업 슈퍼브레인은 지금까지 고인 1000여 명을 디지털 세상에서 부활시켰다. 슈퍼브레인에 따르면 청명절 연휴 전후로는 문의 전화가 하루 평균 50여 통이나 빗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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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떤 기술이든 처음에는 성장통을 겪게 마련이다. 중국 오픈마켓에서 판매되는 디지털 부활 서비스 이용료는 최저 5위안(약 930원)에서 높게는 10만 위안(약 1820만원)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다. 단돈 1000원짜리 기술에 큰 기대를 걸긴 어려울 것이다. 다만 저가 서비스라 하더라도 물밀듯 쏟아져 나오는 기술 속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할 군계일학이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1000원짜리 기술에 애플을 빗댈 일은 아니지만 애플이 처음부터 세상을 뒤집어 놓을 혁신적인 전기차를 선보이기 위해 매달리다 결국 애플카를 포기한 것을 생각하면 어쩌면 중국 AI 시장에서 배울 점이 더 많지 않을까. ‘왕관의 무게’가 국내 기술업계 발목을 잡는 일은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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