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이 어린이·청소년 대상 금융상품을 내놓고 적극적인 고객 확보 전략을 펼치고 있다. 다만 이미 잘파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한 Z세대와 2010년 이후 출생한 알파세대를 일컫는 말)를 대상으로 금융 시장을 선점한 인터넷은행 때문에 고객 유치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에서 잘파세대를 겨냥한 금융 상품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NH농협은행이 지난 2월 만 12세부터 만 18세 고객 전용 체크카드를 출시한 데 이어 IBK기업은행도 올해 안에 어린이·청소년 대상 선불카드를 내놓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타 시중은행들은 이미 10대 청소년 대상으로 금융 플랫폼과 특화 카드를 출시하며 미래 세대 공략에 나섰다. 하나은행은 2021년 6월 청소년 대상 금융 서비스인 ‘아이부자’ 서비스를 출시했다. 아이부자 서비스는 부모 회원이 자녀에게 충전된 선불전자지급수단을 양도해 용돈을 보내주면 자녀가 직접 용돈을 모으고, 불리는 등 체험을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지난 1월 가입자 수 130만명을 돌파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신한은행도 같은 해 10월 만 14~18세 청소년 고객을 대상으로 ‘신한밈’ 카드 발급을 시작했다. SOL뱅크 앱 내 만 18~29세 고객이 이용할 수 있는 20대 전용 플랫폼 '헤이영 놀이터'를 통해서는 젊은 청년층에게 유용한 청약저축 정보와 절세비결 등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지난해 각각 10대 전용 플랫폼인 ‘리브 넥스트’와 ‘우리 틴틴’을 출시하며 청소년 맞춤형 상품·서비스 경쟁을 벌이고 있다.
5대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10대 청소년 특화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지만 고객 선점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발 빠르게 청소년 금융 플랫폼을 출시해 고객층을 선점한 인터넷은행 때문이다. 4년 전 카카오뱅크는 청소년 대상 금융 플랫폼인 '카카오 미니(mini)'를 출시한 이후 지난해 12월 약 200만명의 고객층을 확보했다. 토스뱅크가 2021년 12월 선보인 선불 충전식 카드인 '유스 카드'는 지난 2월 누적 발급 건수 약 190만장을 달성했다. 두 인터넷은행이 확보한 청소년 고객만 400만명에 이른다.
은행권 고객 유치전이 기성세대에서 '잘파세대'로 옮겨간 이유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미리 미래 기반 고객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업 특성상 처음 거래를 한 은행을 장기간 이용하는 고객이 많아 미성년 고객이 주요 소비층으로 분류된다"며 "향후 잠재적 충성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미성년 고객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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