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정체성·이중대 논란·조국혁신당 약진에 설곳 잃은 녹색정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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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준 기자
입력 2024-04-10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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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진보정의당으로 창당한 이래 처음으로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면서 '원내 진입 0'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과거에 정의당이 주도했을 주요 어젠다를 조국혁신당이 가져가면서 유권자들에게 더 선명한 정당이 됐다.

    박 평론가는 "의료업계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많지만 이번 의대 정원 증원 갈등 국면에서 정의당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약했다"며 "진보 진영에서 조국혁신당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녹색정의당 지지율 중 일부가 조국혁신당으로 흡수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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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역구·비례대표 합해도 0석 전망

  • 창당 이래 최대 위기…쇄신 불가피

녹색정의당 김준우·김찬휘 상임선대위원장이 10일 국회 개표상황실에서 굳은 표정으로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준우·김찬휘 녹색정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이 10일 국회 개표상황실에서 굳은 표정으로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녹색정의당 위기론이 현실화됐다. 2012년 진보정의당으로 창당한 이래 처음으로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면서 '원내 진입 0'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모호해진 정체성 △약해진 투쟁력 △더불어민주당 이중대 논란 △세대교체 실패 등을 위기의 원인으로 꼽았다.
 
10일 총선 투표 종료 직후 발표된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 녹색정의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해 0석을 차지했다. 비례 의석을 얻을 수 있는 3% 득표율은커녕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득표율 2%에도 못 미쳤다. 앞서 총선을 앞두고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녹색정의당 정당 지지율은 3%를 넘기지 못했다.
 
녹색정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심상정(경기 고양갑), 여영국(경남 창원성산), 장혜영(서울 마포을) 후보가 출마했지만 지역구 의석 0석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위기 신호는 지난 대선부터 시작됐다. 당시 대권 주자인 심상정 후보가 2.37%를 얻는 데 그쳤고 같은 해 진행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정의당은 광역 의원 2석, 기초의원 7석을 획득하며 7회 지선에 비해 각각 9석, 19석을 잃었다. 지난해 10월 치른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선 권수정 후보가 1.83% 득표하는 데 머물렀다.
 
녹색정의당의 몰락은 예견됐다는 평이다. 특히 정체성이 더 불분명해졌다는 지적이 많다. 엄기홍 경북대 교수는 "과거 정의당은 노동자를 위한 편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현재는 상당히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며 "당의 정체성을 기후 환경과 페미니즘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정체성이 모호해졌다. 유권자들로서는 주요 정당에 투표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류호정 전 의원을 필두로 세대교체 과정에서 실패했다는 비판도 있다. 젊은 현역 의원들이 21대 국회에서 제대로 된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류 전 의원은 페미니스트를 상징하는 인물이자 정의당 비례대표 1번으로 당의 상징적인 인물이었다"며 "류 전 의원이 페미니스트 대척점에 있는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과 결탁한 것은 결과적으로 정의당이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조국혁신당 등장 역시 녹색정의당 입지를 좁아지게 한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에 정의당이 주도했을 주요 어젠다를 조국혁신당이 가져가면서 유권자들에게 더 선명한 정당이 됐다. 박 평론가는 "의료업계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많지만 이번 의대 정원 증원 갈등 국면에서 정의당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약했다"며 "진보 진영에서 조국혁신당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녹색정의당 지지율 중 일부가 조국혁신당으로 흡수됐다"고 평가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이 180석을 차지하며 압승을 거둔 후 정의당에 대한 '민주당 2중대' 비판은 더 거세졌다. 조국·윤미향·박원순·오거돈 사태 때 진보정당으로서 선명한 자신들만의 의견을 밝히지 못하고 거대 여당인 민주당에 편승하는 전략을 취하면서 존재감이 미미해졌다는 것이다.
 
심상정 후보는 지난 3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돌이켜보면 위성정당 사태로 녹색정의당, 정의당이 정치적으로 크게 넘어졌고, 그 이후 세 차례 비대위를 거치면서 체력이 약화됐다"며 "(국민들이) 미워도 다시 한번 정의당의 미래를 응원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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