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챗GPT 등 초거대 인공지능(Hyperscale AI)을 기반으로 한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은 인간만이 가능한 영역으로 생각되던 글쓰기, 그림 그리기, 알고리즘 코딩 등에서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인공지능이 생각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앞으로 우리 삶의 방식을 크게 바꿀 수도 있다는 데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다.
축산 분야에서도 경험에 의존하던 기존의 가축관리 방식을 인공지능을 활용한 데이터 기반의 가축관리 방식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축산 분야의 경우 인공지능 적용을 위한 학습 데이터가 부족하여 관련 기술 개발이 더딘 상황이다. 축산의 스마트화를 위한 필수 조건인 양질의 데이터 확보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데이터 수집 기준을 표준화해야 한다. 인공지능 적용을 위해서는 많은 양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농가별로 수집하는 데이터 항목, 단위 및 수집 방법이 다르면 여러 농가의 데이터를 같이 활용하기 어렵다.
실제로 현재 스마트팜을 도입한 농가 수는 많지만 설치된 기기의 종류나 수준이 다르고 같은 기능을 가진 기기도 업체별로 송출하는 데이터가 다르다. 거기다 수기로 작성한 데이터는 수집 자체가 안 되는 경우가 많아 농가별로 수집된 데이터 항목은 매우 다를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데이터 수 자체가 많더라도 세트 구성이 어려워 농가 수집 데이터의 활용도가 낮은 실정이다. 따라서 수집해야 하는 필수 데이터 항목을 설정하고 단위, 수집 방법에 대한 기준을 통일하는 등 데이터 활용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스마트팜 기기의 품질을 개선해야 한다. 양질의 학습 데이터 확보를 위해서는 스마트팜 기기로부터 안정적으로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중요하다. 축사 안은 습하고 암모니아 가스 농도가 높으며 분진이 많아 스마트팜 기기가 쉽게 고장 날 수 있는 환경이다. 특히 전기화학식 센서로 만들어진 환경모니터링 기기는 몇 개월 못 쓰고 고장 나는 경우가 많아 데이터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스마트팜 기기별로 최소한의 내구성, 정확도 등에 대한 품질 규격을 설정하고, 검증하여 기기의 품질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새로운 데이터 자동수집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현재 농가에 보급되는 스마트팜 기기는 데이터 수집보다는 작업의 편의성과 효율성 향상에 목적을 두는 기기가 대부분이다. 인공지능 기반 가축관리를 위해 꼭 필요한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기술로는 수집이 어려운 데이터도 많은 상황이다. 최근에는 가축의 체중, 행동 영상, 발성음 등을 모니터링하는 기술이 일부 개발됐지만 상용화는 미흡한 실정이다. 가축관리에 필요한 데이터를 자동으로 모니터링하는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2021년부터 '스마트팜 다부처 패키지 혁신기술개발' 사업을 통해 지능형 스마트팜 기술 개발을 추진하며 농축산 분야의 여러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립축산과학원도 ICT 기기 및 데이터 표준화, 영상기반 생체정보 수집 기술 등 데이터 수집 기반 구축에 힘을 보태고 있다. 민·관·산·학의 노력으로 데이터 기반 축산의 기틀이 마련된다면 사양·환경 정보, 가축생체 정보 등 농장의 중요한 정보를 정확하게 수집하고 표준화된 형태로 데이터 플랫폼에 저장할 수 있을 것이다. 표준화된 양질의 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인공지능 서비스 모델이 개발될 수 있고 농장 관리자의 의사결정도 지원해줄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 적용을 통한 축산의 스마트화가 현재 축산업이 안고 있는 현안을 해결하고 나아가 축산 스마트팜 선진국으로 거듭나는 데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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