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업계에 따르면 실리콘 음극재를 탑재한 전기차가 올해는 10종 내외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까지만 해도 실리콘 음극재를 적용한 차량은 포르쉐 타이칸과 아우디 E-트론 GT 등 일부 고급 전기차뿐이었다. 다만 업계 내 정보유출을 막기 위한 비밀유지계약(NDA)으로 실리콘 음극재를 채택한 전기차는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
올해 시장이 대폭 확대된 이유는 기아·현대차, 포드, 스텔란티스 등 보급형 모델에도 실리콘 음극재가 쓰인 영향이다. 최근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에 완성차 업계가 편의성 높이기에 주목하면서 충전 속도 향상을 위한 기술력을 전 차종에 집약하고 있다.
실리콘은 현재 음극 소재로 쓰이는 흑연보다 에너지를 4배 이상 저장할 수 있어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고 충전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차세대 소재로 꼽힌다. 1회 주유 시 내연기관차 평균 주행 거리가 670km인 상황에서, 여전히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전기차 평균 주행 거리(400km)를 늘리려면 배터리 에너지 밀도 증대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또 하이니켈 양극재는 240mAh/g(암페어시/그램) 수준이 한계지만 실리콘 음극재 등은 이론적으로 500mAh/g 내외의 용량 밀도도 가능하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실리콘 음극재 양산이 가능한 곳은 한국의 대주전자재료를 비롯해 일본 덴소·신에츠, 중국 BTR, 미국 실라 등 소수 업체뿐이다. 다만 향후 실리콘의 팽창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가에 따라 시장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충·방전 과정에서 부피가 최대 400% 팽창하는 것이 여전히 기술 난제로 꼽히기 때문이다.
대주전자재료는 북미 전기차 1위 기업,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SK온 등으로 협력 관계를 확대하고 있다. 완성차 브랜드 기준으로는 올해 포르쉐, 스텔란티스, 현대차, 포드 등의 전기차에 대주전자재료의 실리콘 음극재가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적용 차종 확대로 대주전자재료의 실적도 오름세를 보일 전망이다. 투자은행(IB) 업계는 대주전자재료의 1분기 실리콘 음극재 관련 매출이 전년 동기 55억원보다 50% 이상 성장한 82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했다.
주요 고객사인 테슬라와 메르세데스-벤츠가 실리콘 음극재를 탑재한 전기차 출시를 확정하면서 국내 배터리 관련 기업들도 관련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재 SK, 포스코, 롯데 등 대기업이 실리콘 음극재 기술을 보유한 회사에 지분 투자하거나 합작사를 세웠다. 한국의 연구개발(R&D) 인력 활용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영향으로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업체들도 있다. SKC가 투자한 영국의 넥세온과 캐나다에 모회사를 두고 있는 네오배터리가 대표적이다.
SNE리서치는 실리콘 음극재 비중이 2030년 7%에 이어 2035년에는 10% 수준까지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2023년 6억 달러(약 8182억원)에서 2025년 19억 달러(약 2조5000억원), 2030년 43억 달러(약 5조8600억원), 2035년에는 66억 달러(약 9조1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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