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 양국이 인공지능(AI), 우주 기술, 핵융합, 해저케이블 등 최첨단 기술에서 역대급 밀착 행보를 이어가기로 했다. 미중 기술 전쟁이 고조되는 가운데 일본과 광범위한 경제 분야에서 협력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 블룸버그통신, CNN 등에 따르면 미일 양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나사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일본인 우주 비행사 2명을 참여시켜, 이르며 2028년에 달에 착륙시키기로 했다. 미국인을 제외하면 일본인이 제일 먼저 달에 발을 딛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 달 착륙에 합의한 나라는 일본이 처음이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아폴로 17호 이후 약 반세기 만인 2026년께 인류를 달에 착륙시키는 것이 목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일본인 우주 비행사의 달 착륙은) 미국인을 제외하고, 처음이다”라고 강조했다.
양국은 AI, 반도체 등 첨단 기술 개발에도 손을 맞잡았다. 엔비디아, 아마존, ARM홀딩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일본 기업들과 함께 워싱턴대, 쓰쿠바대, 카네기멜론대, 게이오대 등 미일 대학교 AI 연구에 총 1억1000만 달러를 출자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MS는 기시다 총리의 방미 일정에 맞춰 일본에 2년간 29억달러(약 4조원)를 투자해 첨단 AI 데이터센터를 짓기로 했다. 또한 MS는 일본에 로봇 공학 및 AI 연구개발에 초점을 맞춘 연구소도 열 계획이다.
반도체와 관련해서는 연구개발, 인재 육성 등 협력 의제를 확립할 의지를 확인했다. 범용 반도체의 글로벌 공급망도 강화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전날 미국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오찬 행사에서 라피더스와 IBM 간 차세대 칩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거론하며 “일본과 미국 간 협력할 기회가 분명히 더 많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라피더스에 기존 3300억엔에 더해 추가로 5900억엔에 달하는 보조금을 최근 승인했다.
라피더스는 IBM의 기술을 활용해 홋카이도에 반도체 제조 공장(팹)을 건설 중으로, 2027년에 2나노 칩을 대량 생산하는 게 목표다. 미국은 일본의 반도체 장비 대중국 수출을 막는 등 미중 기술 전쟁에 동맹국들을 참전시키고 있다.
아울러 양국은 핵융합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공동 파트너십도 발표했다. 인공 태양으로 통하는 핵융합 발전은 핵분열 원자로와 달리 방사성 폐기물을 생성하지 않으며, 탄소 배출도 없다. 효율도 높아 '꿈의 에너지'로 통한다.
구글은 미국과 일본 사이에 해저케이블을 설치하기 위해 10억 달러를 투자한다. 구글은 해저케이블인 프로아(일본-북마리아나제도-괌)와 타이헤이(일본-하와이)가 미국, 일본, 태평양 섬 간 연결성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 정보 흐름을 통제하는 통신 산업을 주요 국가 안보 문제로 간주하는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의 통신 지배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외에 고속철도 산업, 중요 광물 자원의 공급망 강화, 수산물 공급망 촉진 등도 공동성명에서 거론됐다. 백악관이 별도로 배포한 자료를 보면 양국은 일본의 신칸센 기술 등을 활용해 텍사스 고속철도 프로젝트를 추진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참석한 백악관 국빈만찬에는 미일 양국 재계 거물들이 총출동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를 비롯해 브래드 스미스 MS 부회장,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미 철강노조(USW)의 데이비드 매콜 위원장도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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