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실패의 원인으론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사전투표율이 꼽힌다. 특히 60대가 대거 참여한 것이 반영되지 않았다. 현행법상 사전투표에 대한 출구조사는 금지돼 있다. 결국 관련 법 개정을 하지 않는 이상, 당분간 출구조사에 대한 신뢰도를 담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출구조사와 개표결과, 어떻게 달랐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제22대 총선 최종 개표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175석(지역구 161·비례 14), 국민의힘이 108석(지역구 90·비례 18), 조국혁신당이 12석, 개혁신당은 3석(지역구 1·비례 2),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으로 집계됐다. 범야권 192석으로, 전날 오후 6시쯤 발표된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출구조사에서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가 85~105석, 민주당과 민주연합이 178~197석을 가져갈 것으로 예측됐다. 조국혁신당은 12~14석, 개혁신당은 1~4석, 새로운미래는 0~2석이었다. 이에 범야권 의석이 '개헌 가능선'인 200석을 넘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주요 격전지 승패도 출구조사 결과와 다른 곳이 많았다. 특히 여야가 마지막까지 공을 들였던 서울 동작을은 출구조사에서 류삼영 민주당 후보가 52.3%로 나경원 국민의힘 후보 47.7%에 비해 우세인 것으로 나타났으나, 개표 결과 나 후보가 54.01%로 류 후보(45.98%)를 따돌리고 당선됐다. 나 후보 역시 마음을 졸였는지 당선 확정 후 "출구조사 보고 다들 어디갔다 왔다 그러는데 용궁 갔다 왔다"고 꼬집었다.
서울 마포갑 역시 이지은 민주당 후보(52.9%)가 조정훈 국민의힘 후보(43.5%)를 크게 이긴다고 예측됐다. 그러나 개표 결과, 조 후보가 48.3%로 이 후보(47.7%)를 간발의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18개 지역구가 있는 부산은 출구조사에서 국민의힘이 13석을 차지할 것으로 발표되기도 했다. 접전지였던 부산 남구와 사하갑에서 각각 박재호, 최인호 민주당 후보가 우위로 나오면서 민주당의 대약진이 예상됐다. 그러나 개표 결과, 부산 북구갑의 전재수 민주당 후보만 당선되면서 민주당은 부산에서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이 밖에도 안귀령 민주당 후보와 김재섭 국민의힘 후보가 맞붙은 서울 도봉갑, 이광재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가 맞붙은 경기 성남 분당갑 등에서도 실제 개표 결과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이 당선된 것으로 뒤집혔다.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이 '변수'로 작동
특히, 이번 사전투표에는 60세 이상이 가장 많이 참여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사전투표에서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37.7%에 달했다. 4년 전 총선(30.6%)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 60세 이상은 보수 성향이 강해 국민의힘의 강력한 지지층으로 꼽힌다.
야당 지지세가 강한 40·50대가 사전투표자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소폭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전투표에 참여한 40·50대 비중은 38.16%로 4년 전 총선(39.6%)과 비교해 다소 줄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리서치에서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이번 총선에서 사전투표율이 낮았고, 윤석열 후보의 득표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이번 총선에서 사전투표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며 "(사전투표 투표율에) 국민의힘이 그렇게 밀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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