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 "금리인하? 깜빡이 켤지말지 고민 중"

금통위원 6명 중 5명, 3개월 후에도 3.5% 유지 의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정책 전환(피벗·pivot)과 관련해 "앞으로 계속 가다가 차선을 바꾸기 위해 깜빡이를 켤지 말지 자료를 보고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통방문)의 기존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다' 표현이 다소 완화된 의미를 묻자 "지난번에 금리인하 깜빡이를 켰다고 했다"면서 "이건 차선을 바꿔서 좌회전한다는 이야기인데 지금은 깜빡이를 켠 상황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 총재는 "하반기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해 예단하기 어렵다"면서 "'충분히 장기간' 표현을 그대로 하면 하반기에 금리인하를 할 수 없다는 메시지로 보일 수 있고 '충분히 장기간'을 모두 제외하면 하반기에 금리인하를 한다고 읽힐 수 있어서 '장기간'만 제외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말 물가가 2.3%보다 높아지면 금리인하가 어려울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서 "물가가 연말 2.3%까지 갈 거라는 목표에 부합할 건지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를 포함한 금통위원 전원은 근원물가 상승률은 저희가 예상한대로 움직이지만 농산물과 국제유가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하반기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해 예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라고 밝혔다.  

이날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3개월 후에도 3.5%의 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으며 한명은 금리인하를 열어둬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이 총재는 "지난 2월 금통위 회의 때와 같았다"면서 "저를 제외한 금통위 6명 중 5명은 3개월 후에도 3.5%의 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이어 "나머지 1명은 금리를 3.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하는 것도 열어놔야 한다는 견해였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5명은 근원물가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2%)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기조를 지속할 필요성을 말했다"면서 "나머지 1명은 공급 측 요인의 불확실성에도 기조적으로 물가 둔화 추세가 지속될 것 같고 내수 부진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는 이유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고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