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로 우리는 중국 관련 정보를 얻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는 모습이다. 현지에 나가 있는 특파원도 취재 환경이 이전에 비해 많이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기본적으로 중국은 당이 언론을 통제하는 시스템이어서 그들이 민감하다고 판단하는 정보는 잘 보도를 하지 않는 데다 미·중 경쟁 속에 자국 정보 노출을 우려한 중국 정부가 반간첩법 강화 등 각종 조치를 통해 정보 통제에 고삐를 죄다 보니 점점 중국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입수하고 전달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 와중에 국내에서는 중국어 학습 인구가 크게 줄었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중국어 과목은 최근 2년 연속 공립 중등 교원 임용에서 0명을 기록했고, 작년 중국에서 공부하는 한국인 유학생 수는 2017년 대비 5분의 1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대학들의 중국 관련 학과도 전공자 감소로 폐과 혹은 합병 등으로 축소되는 추세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빠른 발전으로 통·번역에서 AI 사용이 크게 늘어나면서 어문학 계열 입지가 전체적으로 위축된 데다 기업들의 탈중국 바람과 반중 정서 등 요인들까지 겹치다 보니 중국어 인기가 줄어든 것은 시장 논리적 관점에서 지극히 당연하다. 미시적 주체인 개인 입장에서는 중국어를 공부해서 얻을 수 있는 기대 보상이 줄어들다 보니 공부에 대한 유인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중국의 정보 통제 강화와 국내 중국어 학습자 수 급감 소식을 접하다 보니 한편으로 걱정스러운 마음도 든다. 한국과 중국 간 정보 불균형에 대한 우려다. 가뜩이나 중국 내 정보를 얻기 어려워지는 가운데 국내 중국어 학습자와 전공자 감소까지 더해지다 보니 한·중 전체 정보력 차원에서 볼 때 우리가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물론 현재 국내에도 뛰어난 많은 중국 전문가들이 있지만 중국어 교육 기반이 줄어들면 향후 중국 관련 인재풀이나 정보력 역시 약화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우리에 대해 종종 하는 말 중 하나가 '이사갈 수 없는 영원한 이웃(不走的永久近邻)'이다. 말의 의도가 어떻든 간에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국과 중국은 서해와 북한을 사이에 두고 지척 간에 있는 국가이다. 바꿔 말하면 좋든 싫든 중국 영향력이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땅히 이에 대해 국가 차원에서도 대비를 해야 한다. 특히 세계 2대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날로 격화되고 있는 지금 양국 사이에 낀 국가이자 중국 바로 옆에 있는 한국에 있어 그 중요성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국가적 차원에서 필요하지만 시장 기능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냉전 시기 미국은 주적이었던 소련을 겨냥해 전문가 그룹 육성을 지원하고, 대소련 정보력 강화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미국은 결국 냉전 시기 소련을 상대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번을 싸워도 위험하지 않다). 누구나 다 아는 손자병법의 유명한 구절이다. 꼭 중국을 적으로 볼 필요는 없지만 한국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인접국에 대한 정보력을 강화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윤석열 정부는 외교 차원에서 미국·일본 등 자유민주주의 국가들과 연대를 강화하고 있는 반면 중국·러시아 등과는 관계가 다소 소원해진 모습이다. 외교정책 성향은 정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중국 내 정보 획득 창구가 날로 좁아지는 상황에서 전문가 그룹 지원과 육성 등을 통한 대중국 정보력 강화는 정책 성향을 떠나 국가 안보적 차원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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