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패배 후 '국정 쇄신'을 다짐한 윤석열 대통령이 첫 가늠자인 '대통령비서실장 발표'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쇄신 이미지'가 부족하고 거대 야당이 수용하기 어려운 인물을 내세웠을 때 오히려 민심 역풍에 직면하고 정치적 부담만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분신'으로 불리는 비서실장은 대통령을 보좌하며 인사와 정책 등 국정의 거의 모든 영역에 관여한다. 윤 대통령의 결심만 서면 언제든지 발표할 수 있어 이르면 14일 발표될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언론에 "최소한의 검증 시간은 필요하다"며 숨 고르기에 나섰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필두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장제원‧정진석 국민의힘 의원,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 등 정치 경험이 풍부한 인물들이 주로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도 언급되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도 반발할 인사들이기에 가능성은 극히 낮다.
윤 대통령이 남은 임기 3년간 '여소야대' 정국을 헤쳐나가기 위해선 단순히 대통령의 하명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야당과 소통하고 정무적 판단을 보좌할 비서실장이 필요하다. 관료 출신인 김대기·이관섭 비서실장 체제는 이미 분명한 한계를 드러낸 상황이다.
총리 후보군에도 포함되는 원 전 장관은 3선 국회의원에 제주도지사, 윤석열 정부 국토부 장관 등을 역임하며 풍부한 정치‧행정 경험이 강점이다. 그러나 야당이 특검을 벼르고 있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를 주도한 것은 걸림돌이다. 나머지 후보군들은 윤 대통령과 신뢰 관계는 돈독하지만 '쇄신' 이미지가 부족하다.
한 정치권 인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태우 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역임한 김중권 전 의원을 초대 비서실장에 임명한 수준의 파격 인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총선 패배 후 주목받는 첫 인선에서 '신선한 충격'을 주지 못하고 '돌려막기 수준'에 그친다면 국정 동력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비서실장이 '쇄신 가늠자'라면 국무총리 인선은 '여야 협치의 바로미터'다. 총리 임명에는 이번 총선에서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 동의를 받는 것이 필수적이다. 윤 대통령이 총리 후보 발표에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당 지도부와 만나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총리 후보군에는 주호영(6선)·권영세(5선) 의원과 이주영 전 국회 부의장, 김한길 위원장, 김병준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박주선 전 의원,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 등이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거론된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본인 페이스북에 "젊은 층에게 시원하다는 평가를 받는 홍준표 대구시장을 총리로 모시고 국정의 상당 부분을 나눠 맡는 것도 방법"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승민 전 의원과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장 등도 여권 내에서 언급된다.
한편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관섭 비서실장, 대통령실 실장·수석급 고위 참모진은 총선 패배 다음 날인 지난 11일 윤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후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총선 결과에 대한 대국민 입장 발표 시기와 형식, 내용 등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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