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홈 개편 후 처음 진행된 대구 아파트 청약에서 약 2년 4개월 만에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한 단지가 나왔다. 같은 시기 대전 분양 단지와 비교하면 신혼·다자녀 수요가 상당히 높아 청약에서 유리해진 30·40세대의 수요가 학군 중심 입지로 쏠리는 현상이 강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방 청약 시장의 ‘옥석 가리기’ 심화에도 주요 학군의 청약 수요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14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이달 9일부터 23일까지 청약 접수를 받은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대구 범어 아이파크’에는 82가구 모집에 1370개의 청약 통장이 몰려 평균 16.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8가구를 모집한 84㎡A타입의 경쟁률은 32.9대 1에 달했다. 공급 물량이 가장 많았던 84㎡B타입도 37가구 모집에 785개의 청약 통장이 몰려 1순위 청약에서 21.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장기간 분양 침체를 보이던 대구 아파트 청약 시장에서 두 자릿수의 청약 경쟁률이 나온 것은 지난 2021년 12월 ‘더 센트럴 화성파크드림’이 14.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대구의 경우 2022년 10월 ‘두류역자이’가 평균 6.5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후 올 2월까지 모든 단지가 미분양을 기록 중이다. 청약홈 통계를 보면 지난 2022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대구에서 분양된 33개 민영 아파트 중 30개 단지가 청약 경쟁률에서 미달됐다.
특히 청약제도 개편으로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다자녀·신혼부부 가구의 청약 수요가 높았다. 특별공급의 경우 다자녀 15가구 공급에 26건의 청약이 접수됐다. 26가구인 신혼부부 물량에는 44건의 통장이 몰렸다.
지난 5일 청약 접수가 이뤄져 전체 1.3대의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대전 ‘e편한세상 서대전역 센트로’의 경우 다자녀 46가구 공급에 3건의 청약, 신혼부부 특공 86가구 모집에는 23건의 청약만 신청되는 등 다자녀·신혼부부 청약이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30·40세대가 청약을 외면하면서 73㎡B 타입 등 일부 평형이 미달되기도 했다.
범어 아이파크가 위치한 대구 수성구 범어동은 현지에서도 전통적인 명문 학군으로 꼽힌다. 수성구 범어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의대 정원 이슈가 지역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현재로서는 상당히 제한적”이라면서도 “청약 시장에서는 전통적인 ‘만삼범사(만촌3동·범어4동)’ 학군에 대한 수요를 기반으로 영향을 충분히 준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청약제도 개편으로 자녀가 있는 30·40대 실수요자의 영향력이 확대되며 전통 학군에 대한 입지 선호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25일 청약 개편에 따라 다자녀 특공 기준은 기존 3자녀 이상에서 2자녀 이상으로 대폭 완화됐다. 전체 신혼부부 특공 물량 20%는 2세 이하 자녀가 있는 가정에 우선 배정된다. 이외에 개별신청 허용을 통한 부부 중복청약과 배우자의 청약 통장기간 합산, 배우자 주택소유 및 특공 당첨 이력 배제 등의 개편이 이뤄졌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청약 시장이 양극화되고 있기 때문에 30·40세대 내 청약 고스펙자들이 주요 입지에 집중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청약에서 30·40세대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됐기 때문에 지방과 수도권 모두 앞으로 학군에 대한 수요와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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