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금융지주별로 1분기에만 최고 수백억원대의 환차손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서 환율은 당분간 오름세(원화 가치 하락)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돼 외환거래 손실액은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1분기 하나금융지주는 700억~800억원, 기업은행 500억원, 우리금융지주 200억원 수준의 외화환산손실이 실적에 반영될 전망이다.
외화환산손익은 외화자산과 외화부채를 원화로 환산할 때 발생하는 회계상의 이익과 손실을 의미한다. 외화자산보다 부채가 많으면 환율이 상승할 때 손실이 발생한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얻게 된 외화부채가 많아 다른 금융지주보다 손익 변동폭이 특히 크다.
환차손은 일회성 비용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비이자이익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시장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200억원가량의 회계적 손실에 노출된 것으로 분석한다.
강달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금융사는 2분기에도 환차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가 미뤄질 가능성이 커진 데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보복 공격하는 등 중동 사태가 악화한 영향이다. 여기에 이달 말까지 외국인의 배당금 역외송금 관련 수급 이슈가 있어 원화 약세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8.6원 오른 1384.0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달러당 1380원을 넘어선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7∼199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8∼2009년, 미 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달러가 초강세를 나타냈던 2022년 하반기 정도다. 전문가들은 환율 상단을 1400원대까지 열어둬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럴 경우 금융사는 제한적이긴 하지만 달러화예금 잔액 감소와 단기성 외화차입금 급증에도 대비해야 한다. 달러 강세에 따른 금융권 전반의 외화 유동성 경색 우려가 커지는 만큼 보수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기존 전망대로 연준의 금리 인하가 6~7월 시행되면 원·달러 환율의 방향성도 6~7월 이후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면서도 "2분기 환율도 전반적으로는 상승세를 보이고 연말까지 하락 속도도 완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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