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 긴장에 미국 경제 강세까지 겹치며 고금리가 세계 경제를 오랜 기간 짓누를 태세다. 강달러 현상에 아시아 각국 통화가치는 줄줄이 무너졌고, 금리 인하 기대에 질주하던 아시아 증시는 후퇴했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금리 인상론마저 고개를 들며 글로벌 금융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15일(현지시간) 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6대로 뛰며 5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줄어들면서 달러 강세가 다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강달러에 아시아 각국 통화는 맥을 못 췄다. 달러 매수세에 힘이 붙으면서 달러 대비 엔화값은 1990년 이후 처음으로 154엔 선이 뚫렸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는 4년 만에 최저 수준인 달러당 1만6000루피아 안팎에서 거래됐고, 인도 루피화 역시 기록적인 수준으로 하락했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은 26년 만에 최저치를 찍은 링깃화 가치 방어를 위해 외환시장 개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미툴 코테차 바클레이스 아시아 외환·신흥국 거시 전략 책임자는 "아시아 통화 대부분은 강달러에 굴복해야 할 것"이라며 "아시아 외환시장 움직임은 미국 국채 금리 상승과 위험 회피 심리에 따른 달러 강세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서로 보복을 주고받으며 금융시장이 초불확실성에 빠진 가운데 미국 경제지표가 강세를 보인 점 역시 암운을 드리웠다. 미국 3월 소매판매는 전달 대비 0.7% 증가해 시장 예상치(0.4%)를 상회했다. 미국 경제 강세는 물가를 자극해 고금리 장기화로 이어질 수 있다.
금리 인하 기대는 증발했고 추가 긴축 관측에는 힘이 실렸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 전략가들은 현재와 같은 경기 팽창이 지속되면 물가 둔화가 정체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 기조로 전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략가들은 연준이 내년 중반까지 기준금리를 6.5%까지 올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앞서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최근 “인플레이션이 계속 높게 유지되면 필요시 추가 금리 인상을 할 수도 있다”고 발언하며 시장에 충격을 던진 바 있다.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으로 도피했다. 위험자산으로 꼽히는 비트코인 가격은 장중 6만3000달러 선을 밑돌았고 미국 3대 지수는 모두 하락했다. 각국 아시아 증시 역시 고꾸라졌다. 일본 도쿄 증시 닛케이225지수는 약 2%, 홍콩 증시는 2% 넘게 빠졌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장 대비 0.09%포인트 오른 4.61%를 찍으며 자산 시장을 압박했다.
범중동 전쟁 가능성이 줄어들며 원유 가격은 소폭 하락했으나 유가 강세론은 꺾이지 않았다. 이스라엘이 이란 정유시설을 공격하는 식으로 재보복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만큼 안도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다.
전략에너지경제연구소(SEER) 마이클 린치는 향후 이스라엘의 고강도 보복 공격으로 원유 시설 등이 파괴된다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란이 중동산 원유의 주요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계 최대 원유 소비국인 중국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는 점 역시 유가를 자극할 수 있다.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동기 대비 5.3% 상승하며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전망치(4.6%)를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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