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6일 '4월 총선 여당 참패'와 관련해 "올바른 국정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고 자평했다. 기존 국정 운영 방향과 기조에는 문제가 없고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모두 발언에서 "이번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4‧10 총선 후 엿새만에 나온 첫 육성 메시지로 전국에 생중계됐다.
윤 대통령은 특히 "정책에 속도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정책과 현장의 시차를 극복하는 데는 부족함이 많았다"며 "경제 회생의 온기를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확산시키는 데까지는 정부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또 "아무리 국정 방향이 옳고 좋은 정책을 수없이 추진한다 해도 국민들께서 실제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면 정부가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도 했다.
구체적으로 △물가 관리 노력 △건전 재정 기조 △금융권 이자 환급 △부동산 시장 정상화 △주식시장 활성화 △수출과 민간 주도 성장 △원전 생태계 복원 △청년 지원 확대 △사교육 카르텔 혁파 및 국가돌봄체계 구축 등을 열거했다.
야당과 협치를 하기 위한 '영수회담' 등 구체적인 제안은 없었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에 책임을 다하면서 국회와도 긴밀하게 더욱 협력해야 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견해를 밝혔다. 또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 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발언이 공개된 뒤 야당에서는 혹평이 쏟아졌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방향은 옳았는데 실적이 좋지 않았다는 변명만 늘어놨다"며 "용산 주도의 불통식 정치로 일관하겠다는 독선적 선언"이라고 꼬집었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대변인도 "국민이 몰라봐서 죄송하다"며 "예전에 탄핵 당했던 어떤 대통령(박근혜 전 대통령)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일침을 가했다.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오후 추가 브리핑을 통해 진화에 나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 등에서 "국민의 뜻을 잘 살피고 받들지 못해 죄송하다"며 "저부터 잘못했고, 소통을 더 많이 해나가겠다"고 참모들에게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서라면 뭐든 하겠다. 못할 것이 뭐가 있느냐고 했다"며 "다 열려 있다"고 했다.
다만 "국회는 5월 말 새롭게 열리고, 이후 원 구성이 된다"며 "그러면 어떤 시점이 국회와 소통하기 적절한지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야당과 소통할 때도 늘 여당이 함께 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며 "아직 여당 지도체제가 완전히 갖춰진 것은 아닌 것 같아 최소한의 물리적인 시간은 필요하다"고 전제를 달았다.
이는 윤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조속한 회동에는 선을 그으면서 여당 신임 지도부가 구성된 이후 윤 대통령과 여야 대표 단체 회동에 힘을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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