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 수장들의 임기가 끝나 공백 상태인 곳이 3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기부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 산하 공공기관 가운데 160여 곳이 사실상 '수장 공백'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인사가 하반기까지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다.
17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중기부 산하 공공기관 11곳 가운데 기관장이 사의를 표명해 현재 공석인 곳은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창업진흥원, 한국벤처투자 등 3곳이다.
차관급 독립기관인 중소기업 옴부즈만도 지난해 중반부터 수장이 없는 상태다. 한국벤처투자와 공영홈쇼핑은 감사 자리도 현재 공석이다. 신용보증재단중앙회는 오는 5월, 기술보증기금은 오는 11월 기관장 임기 만료가 도래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오동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원장과 김용문 창업진흥원 원장 모두 다음 달까지 임기지만, 올해 초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유웅환 한국벤처투자 대표가 사의를 밝혔다.
통상 공공기관은 기관장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구성해 공개모집, 후보군 검토, 면접 등을 거쳐 장관에게 후보자를 3~5배수가량 추천한다. 전체 공모 절차가 마무리되기까지 3개월가량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 상반기까지는 수장 공백 상태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중앙부처 산하기관장 공백이 올해 하반기까지 밀릴 수 있다는 점이다. 기관별로 임추위를 구성해 절차를 진행하지만 수장 공백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거나, 비교적 규모가 큰 산하기관부터 절차가 진행될 경우에는 각종 절차가 줄줄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선 총선에서 낙마한 인물을 챙겨주는 이른바 '보은성 낙하산 인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총선이 범야권 압승으로 끝나면서 정부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챙겨야 할 여권 낙천·낙선자가 늘어났다. 이에 따라 통상 기관장 자리는 주무 부처 실장급이나 차관급을 선임하는 전례를 깨고 정권의 코드에 맞는 정치권 인사를 앉힐 수 있게 됐다.
한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정치 이력만 있는 인물이 올까 걱정되기도 하지만 업무를 이해하고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차라리 빨리 인사가 나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고 했다.
산하기관장은 물론 공공기관 이사·감사까지 전문성이 부족한 '낙하산 인사'로 채워질 경우 조직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 집권 3년차인 만큼 각 공공기관이 가시적인 성과물을 내야 하는 시점이다.
또 다른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매번 선거 직후에는 전문성이 없어도 따로 (자리를) 챙겨주는 보은성 인사는 항상 있었다"며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크게 패배한 만큼 상당수 산하기관장 자리에 정부가 원하는 사람을 앉힐 것으로 보여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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