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현존 모바일 D램 가운데 데이터 전송속도가 가장 빠른 '10.7Gbps LPDDR5X' D램 개발에 성공하고 올 하반기부터 양산할 계획이라고 17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업계 최초로 LPDDR5X(7세대 저전력 메모리) D램을 개발한 후 총 세 차례에 걸쳐 모바일 D램의 전송 속도를 개선해왔다.
이번에 공개한 신형 LPDDR5X D램은 지난 2022년 공개한 8.5Gbps LPDDR5X D램과 비교해 데이터 전송 속도가 약 25% 빨라진 것이 특징이다. 양산 공정도 14㎚(나노미터)에서 12㎚급으로 개선하며 발열을 줄였다. 모바일 D램 단일 패키지로 32GB(기가바이트)를 지원하며 대용량 스마트폰 수요에도 대응했다.
삼성전자는 신형 LPDDR5X D램이 빠른 데이터 전송 속도와 적은 전력 소모를 토대로 단일 기기에서 생성 AI를 추론하는 온 디바이스 AI에 특화됐다고 밝혔다. 이용자의 요청에 생성 AI가 빠르게 대응하려면 D램의 반응속도(Latency)가 중요한데, 신형 D램이 적은 전력 소모로 이 조건을 충족한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갤럭시S24 시리즈'를 앞세워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온 디바이스 AI(생성 AI) 스마트폰은 올해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의 11%를 차지할 전망이다. 그 비중은 지속해서 늘어나 2027년에는 전체 스마트폰의 43%(약 5억5000만대)를 점유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애플도 오는 6월 생성 AI에 특화한 모바일 칩과 온 디바이스 AI를 갖춘 신형 아이폰·아이패드 등을 선보일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퀄컴과 함께 신형 LPDDR5X D램을 탑재한 차세대 모바일 칩을 개발하며 애플에 맞불을 놓을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하반기 선보일 퀄컴의 모바일 칩(4세대 스냅드래곤8)은 8.5Gbps LPDDR5X D램에 맞춰 설계한 만큼 차기 칩에 탑재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신형 LPDDR5X D램을 모바일 칩 업체와 협력해 성능을 검증한 후 하반기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애플도 온 디바이스 AI 성능 강화를 위해 삼성전자에 신형 LPDDR5X D램 공급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또, 삼성전자는 자사 LPDDR5X D램을 스마트폰·태블릿PC뿐 아니라 추론용 AI 반도체에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경우 삼성전자가 현재 개발 중인 추론용 AI 반도체 '마하' 시리즈에 탑재할 것으로 예측된다.
배용철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실장(부사장)은 "저전력·고성능 반도체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LPDDR D램의 응용처가 기존 모바일에서 서버 등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고객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다가오는 온 디바이스 AI 시대에 최적화한 솔루션을 제공하며 끊임없이 혁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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