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에코비트, 하나투어, 롯데카드,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롯데손해보험, MG손해보험 등 대어급 M&A 매물이 시장에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국내 M&A 거래 규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날 블룸버그 리그테이블(순위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M&A 시장에서 총 678건의 거래가 성사됐다. 규모는 138억 달러(약 19조원)다. 거래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6% 상승했으나 규모는 34% 감소했다.
블룸버그는 "최근 5년간의 1분기 실적을 비교했을 때 규모상 낮은 수치이며 1조원 이상의 '빅딜'은 없었다"고 전했다.
올해 들어선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여전히 고금리는 유지되고 있지만 금리 인하 기대감이 상존하자 글로벌 PEF들은 국내 '빅딜'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
최근 매각 절차가 시작된 에코비트의 경우 태영그룹과 KKR의 합작 회사인 만큼 매각을 위해 KKR 동의가 필요했다. 홍콩계 PEF 운용사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도 SK네트웍스로부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SK렌터카의 새 주인이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글로벌 PEF들이 기업 인수 등 투자에 쓰기 위해 쌓아둔 현금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글로벌 사모펀드들의 현금보유고는 2조5900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25%를 아폴로 글로벌, 블랙스톤, KKR 등 상위 25개 사모펀드가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PEF들도 경영권 인수전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SK렌터카 인수전에 IMM프라이빗에쿼티와 글랜우드PE가 참여했으며, MG손해보험 예비입찰에는 이승호·신승현 각자대표이사가 이끄는 데일리파트너스가 원매자로 이름을 올렸다.
M&A 매물이 쏟아지고 있어도 인수 검토 단계에서 기업 실적 심사는 여전히 까다롭다는 평이다. SK렌터카는 약 보름 만에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됐다. 회사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4028억원, 영업이익 122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5%, 28.3% 증가했다. 반면 지난 2월에 매물로 나온 KR모터스는 여전히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다. 회사는 매출액 784억원, 영업손실 17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직전년도 대비 187.10% 증가했으며, 지난 2021년부터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PEF 관계자는 "경기 변동성이 크다 보니 회사 실적이 뒷받침되는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이익이 안 나오면 홈플러스를 소유한 MBK파트너스와 같이 장기간 투자회수를 못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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