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21대 국회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양보했다가 각종 개혁 법안 처리에서 차질을 빚었다고 주장합니다. 양곡관리법, 간호법, 이태원 특별법, 노란봉투법 등 핵심 법안들이 줄줄이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려 '민생 법안'들을 처리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채상병 특검법,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등 처리를 예고한 만큼 법사위원장까지 맡아 국회 입법 주도권을 쥐겠다는 각오입니다.
반면 여당은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막기 위해서는 법사위원장 자리가 꼭 필요하다고 반발합니다. 김도읍 국민의힘 법사위원장은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져가면) 국회의장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향후 여야 원 구성에 난항이 예상되는 이유입니다.
반복되는 '늦장 개원'...국회법 시한 준수 단 1번뿐
과거를 살펴보면 특정 정당이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얻을 때마다 이러한 사례가 심했습니다. 역대 최악은 총선에서 당시 여당인 민자당이 156석을 거둔 14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 때입니다. 1992년 5월 30일에 임기를 개시했지만, 정식으로 문을 열기까지 125일이 소요됐습니다.
한나라당이 153석으로 과반을 차지한 18대 국회(2008년 5월~2012년 5월) 전반기 때도 난항을 겪었습니다. 한나라당이 모든 상임위원장직을 요구하면서 협상이 길어졌고, 결국 원 구성을 완료하는 데 88일이 걸렸습니다.
민주당이 180석의 대승을 거둔 21대 국회 전반기 때는 47일이 지나 원 구성을 완료했습니다.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은 "20대 국회에서 법사위를 야당이 맡아 국정 운영에 차질이 많았다"며 국회의장에 이어 법사위원장, 18개 상임위원장 자리까지 독차지했습니다. 이 때문에 21대 국회 임기는 2020년 5월 30일 개시했지만, 개원식은 7월 16일에야 열었습니다.
국회 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13대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국회 원 구성에 평균 41.4일이 소요됐다고 합니다. 후반기(평균 35.3일)보다 전반기(평균 47.5일) 원 구성이 더 오래 걸렸습니다.
법사위 개편 필요성도…김진표, 기능 분리 법안 발의
원 구성이 매번 이렇게 오래 걸리는 이유는 법사위 때문입니다. 법사위는 각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안들을 본회의로 올리기 전 심사하는 곳입니다. 최종 관문이다 보니 법사위원장 결정에 따라 법안 처리가 빨라질 수도, 지연될 수도 있습니다.게다가 법사위원장은 장관이나 대통령 등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 헌법재판소에서 '검사' 역할을 하는 소추위원을 맡기도 합니다. 다음 국회에서도 야권이 다수 의석을 활용해 국무위원 등에 대한 탄핵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법사위원장은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셈입니다.
일각에서는 원 구성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미국의 경우 하원의원은 의회 의장과 상임위원장 임기가 동일해 임기 중반에도 원 구성을 다시 할 필요가 없습니다. 양당 간의 권력 교체 가능성이 높아 다수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점하는 관행도 확립돼 갈등도 적습니다.
김진표 21대 국회의장은 아예 법제위원회와 사법위원회를 분리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현재의 법사위 기능을 분리해 체계·자구심사에 관한 사항은 법제위에서, 법제사법과 관련한 고유의 소관 업무는 사법위에서 담당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국회법 15조 2항에 의하면 국회는 총선 후 첫 집회일에 2년 임기의 국회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해야 합니다. 상임위원장은 전임 상임위원장의 임기 만료일까지 선거를 통해 뽑아야 합니다. 22대 국회는 5월 30일에 문을 엽니다. 개원까지 40여일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n년째' 늦장 개원 오명을 쓰게 될까요. 일하는 국회가 돼야 정치에 대한 국민 신뢰도 높아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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